[목포시민신문=김인숙 칼럼리스트] 어느 살인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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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김인숙 칼럼리스트] 어느 살인자의 하루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9.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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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그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자신을 무시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용서하느니 차라리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큰 욕조를 사서 자신의 트럭을 이용해 이동을 했다. 배달을 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이정도의 치밀함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범죄자가 되는 법이다. 뚜껑을 나무로 재단해서 딱 들어맞게 만들어 카터 총으로 마감을 하고 덮으니 딱 맞아 떨어졌다.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 후 죽일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힘없는 노인과 어린 아이들로 골랐다. 목표는 열 명이었다. 운 좋게도 엄마와 아이들이 한꺼번에 잡혀서 열 명이라는 숫자는 금방 채워졌다. 어떻게 죽어갔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약을 먹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하나하나 목을 졸랐던 것 같기도 한데 뭐 그런 것이 중요하랴?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재수가 없었던 것일 뿐.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뒤틀면서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욕조 밖으로 파편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아주 작은 구멍들을 여러 개 뚫어서 숨구멍을 만들어 놓았던 것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부패되는 속도와 그 안의 상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기 위함 이었다. 그 구멍의 용도는 수사관들의 짐작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살인자는 그들이 하는 터무니없는 추측을 들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사람을 죽이기 전 고양이들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나서 사람들은 이 사건과 그 사건을 연결하지 못했다. 수사관들이라는 작자들은 왜 그렇게도 허술한 걸까? 그때 당시에는 전무후무한 잔인한 사건이라고 온갖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면서 난리도 아니더니, 역시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 때에도 고양이들에게 억하심정은 없었다. 그 사람들이 미워서 고양이들을 희생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때에도 역시 사건은 살인자를 잡지 못하고 마무리가 되었다.-어느 살인자의 하루 (김인숙작)-

얼마 전 쉼터 앞에 고양이 열 마리가 죽은 채로 상자에 배달된 기괴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알던 학대와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었다.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건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괴로움에 며칠을 아팠다. 고양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 안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고통이 창자 깊은 곳까지 전달이 되는 것 같았다. 그 살인마는 고양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대상은 사람으로 적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며 반드시 실행에 옮길 것이다. 당연히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모티브로 몇 년 동안 쓰지 않았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역시나 괴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갈수록 범죄는 잔인해지고, 희생되는 힘없는 고양이들의 숫자도 늘어간다. 작년에 떠들썩했던 경의선 고양이 살해가 동물보호법 제정 30년만에 첫 실형이 선고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총 1908명에 달한다고 한다. 동물보호법 위반사범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중 구속기소가 이뤄진 사건은 단 3건뿐이라고 한다. 나머지 사건은 모두 불구속기소 처리로 마무리가 되었다. 동물은 엄연한 생명이지만 법적으로는 물건으로 취급이된다. 주인이 있는 동물의 경우, 타인의 재산으로 인정되어 경의선 고양이 살해는 재물손괴죄가 적용이 되어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들은 분명 예비 살인마들이다. 우리가 산책을 할 때에도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이코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길고양이들을 담보로 언제까지 희생을 대신하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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