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카럼니스트] 재난의 일상화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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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이철호 카럼니스트] 재난의 일상화가 주는 교훈
  • 류용철
  • 승인 2020.09.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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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로마제국 말기 라티푼디움이라는 대토지 소유제가 있었다. 정복지에서 획득한 토지를 대지주에게 임대 해주면 농장주들은 노예들을 동원하여 농사를 지었다. 이렇게 수확한 낮은 원가의 농산물이 제국에 유입되자 로마의 자영농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라쿠스 형제에게 개혁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나랏돈으로 부산 소재 국립공업고를 졸업해야 했던 필자가 젊은 시절 캐나다 뉴펀들랜드 땅을 소유하고 싶다는 망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 땅은 캐나다 북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불모지이다. 지금은 본토의 래브라도와 합쳐 캐나다의 열 번째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가 되었다. 근해에는 거의 연중 유빙이 떠돌고 대부분의 땅이 툰드라여서 농사도 어려운 별 볼 일 없는 땅이다. 내 얄팍한 계획은 거저 주워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년은 유난히도 장마가 길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건 단순한 장마가 아닌 기후재난이었다. 연이은 태풍도 부족하여 가을태풍까지 예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온 지구촌을 흔들어놓은 코로나19에 이어 또 한 번 인류에게 보내는 하늘의 경고이다.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어쩌면 오늘의 이 재앙은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산업혁명이 잉태한 것일지도 모른다. 산업혁명이 확장될 즈음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그 대가를 혹독히 치루었다. 대서양을 건너간 이 혁명은 오대호 인근의 디트로이트 하늘도 오염시켰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에 이르는 메가시티 또한 볼만하다. 뉴욕 펜스테이션에서 기차를 타고 허드슨강을 건너면 곧 뉴와크 국제공항 근처에 다다른다. 숨이 막혔다. 30년 전 경험이다. 그 무렵 중국은 자전거 국가였다. 지금은 그들도 자전거는 고물상에게 팔아치우고 자동차를 타고 공장으로 출근한다. 중국과 수교하던 당시 필자는 펀드매니저였다. 우스개 소리로 뙤놈들이 일제히 점프하면 지축이 흔들리고 서해를 향해 소변을 보면 한반도가 물에 잠길거라고 농담을 했었다. 그런 그들이 라면을 한 봉지씩 산다면 우린 농심 주식을 선취매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던 중국이 세계의 굴뚝이 되었고 우리가 그 오염을 뒤집어쓰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뉴노멀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번 장마가 촉발한 기후위기는 그 고민에 채찍을 든 것과 다름 아니다. 그 고민에 대한 빠른 결론과 결과를 동시에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증가는 고도성장을 절대로 요구했다. 고용을 창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과 성장은 늘 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화 되었다. 같은 1% 경제성장이지만 과거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와 현재의 지식기반 산업구조에서의 고용창출은 비교조차도 어렵다. 1% 성장으로 수십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냈던 제조업의 시대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과 성장없는 경제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마련한 놈이 따로 없다. 빙하가 녹고 툰드라가 사라지면 뉴펀들랜드 대토지가 농장으로 바뀔거라는 꿈만 꾸었지 다가올 재앙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고탄소 사회가 지속된다면 북극 빙하는 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지구온난화는 정점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는 우리 주변에서 환경운동가들의 배부른 구호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난번 폭우와 끝없는 태풍은 그 피해당사자가 나와 내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기후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청정 진도 군정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역시 환경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전등 하나 끄고 에어컨 덜 켜서 석탄발전소를 멈추게 하는 환경운동가가 될 때 비로소 지구 어머니의 한숨은 멈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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