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 읽기-시조 남도작가상 김옥구]목포, 울컥 그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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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 읽기-시조 남도작가상 김옥구]목포, 울컥 그리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1.0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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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울컥 그리운

 

1. 째보선창

할매는 두 손에 바다를 키운다

퍼덕이는 아침부터 간간한 저녁까지

할매는 바다를 끌어다 선창에 풀어 놓는다

 

물혹 같은 낮달이 짭짤하게 뜬 하늘

칼질 당한 하루도 지느러미가 잘리고

칼날이 수평선도 그었나

핏물 배는 저녁놀

 

2. 용꿈여인숙

 

주전자 가득 끓던 멀미가 살던 곳

말 한 마디 없이도 서로의 눈빛을 읽고

눅눅한 이불을 당겨

누추한 꿈 덮어준 밤

 

목매달던 첫사랑 이름을 적어둔 벽

봄은 가고 먼 곳의 그대 아무렇게 늙어가도

언젠가 당신과 내가

한 번은 머물던 방

 

3. 김우진

 

축음기 속 그대 노래, 밀물에 부서진다

내 삶에 세 든 당신도 참 오래 견뎠구나

눈이 먼 사랑 하나가 서늘하게 밟는 음역(音域)

 

지금은 야윈 달빛을 이불처럼 덮는 시간

심금 뜯는 수평선이 빗방울 튕기면

이제야 바다를 건너는 파도의 맨발, 맨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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