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 부모의 권위(權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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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 부모의 권위(權威)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1.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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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교수)

[목포시민신문] 아이를 기르는 방식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면서 화제의 주제가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정석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부모의 권위주의 정도다. 비록 이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변했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부모라면 무조건 아이들에게 권위적이었고, 아이들은 말없이 따랐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 말을 잘 듣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을 혼내고, 매질하기도 했다. 이처럼 처벌은 자녀 교육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정반대처럼 보인다. 점점 부모들의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부모님과 살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오히려 아이가 부모에게 못되게 굴거나 제멋대로 행동하기도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 탈권위현상이 분출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압축근대화와 더불어 작동해온 강한 국가명령 사회를 빠져나와 저마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로 이동해온 역사적 과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사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사적 소유에서 찾는 시장 중심 사회로의 진입은 서로 의심하고 경쟁하는, 그래서 전통적 권위를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사이버 세계의 지배로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초한 지식의 대중화 및 지식 주체의 다변화는 이를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전문가와 지식인도 더는 특별한 권위를 지닌 존재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사회만 겪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이는 전 지구적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권위에 대한 해체는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부터 이미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서구 근대의 계몽주의는 형이상학이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특정 지배체계를 구축해온 전통과 권위를 청산하고, 오로지 인간 자신의 이성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근대 시민혁명과 더불어 출현한 자유주의적 삶은 전통과 권위를 구시대의 유산으로 처리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탈권위 현상도 이런 흐름의 심화·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 사회는 서구보다 더 급진적인 형태로 탈권위 현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이를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권위가 도대체 무엇이며, 이것이 인간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위(auctoritas)’란 본래 원제작자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auctor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언가를 최초로 이루어낸 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하곤 한다. 이 점에서 권위는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지배하는 권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권위는 상대의 인정과 수용이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진정한 권위는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요구한다. 일방적 주장이나 전달은 결코 권위를 낳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갑질에 대한 혹독한 질타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명령에 기초한 권력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닐 수 없다. 권위를 권력으로 오용하거나 권력을 권위로 위장하는 기만에서는 그 어떤 온전한 소통도 이해도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인정과 수용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진정한 권위는 수평적 소통·이해와 인정·수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권위 상실은 소통이 아니라 명령이, 인정이 아니라 강압이 낳은 부당한 권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정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수용하기만을 요구한다면, 거기에는 권위가 아니라 권력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권위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소통적 관계에 기초하여야 한다. 부모의 진정한 권위는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애정어린 질문과 소통, 수평적 관계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권위는 애정과 친밀감으로 커진다. 호세 마르티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만이 권위적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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