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030 young class’ ⑤ 최영은]학생들에게 불어 닥친 디지털 성범죄
상태바
[‘청년 2030 young class’ ⑤ 최영은]학생들에게 불어 닥친 디지털 성범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1.04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시민신문] “가해자도 피해자도10대 디지털 성범죄 해결책은”(연합뉴스, 2020.04.21.),“디지털 성범죄자 절반이 10”(경향신문, 2020.04.28.), 최근의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뉴스에 기재된 내용들을 보면 이전에는 성범죄 가해자의 연령이 대부분 40~50대로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가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매체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가해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도 디지털 매체를 자주 사용하는 10대가 많고 대부분 여성과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동네 친구, 학교 친구 같은 대면 관계 속의 또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거 학생들과 달리, 요즘의 학생들은 학교 안의 친구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친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더 자주 소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는 방식의 변화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익명성 뒤에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접근하여 좋은 사람인냥 포장해 믿게 만드는 그루밍을 하는 사람들과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하지 않다거나 놀이처럼 취급하거나 그럴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유지하는 문화와 같은 구조적 사회 환경이 문제라고 봅니다. 실제로 관련 뉴스의 댓글들에는 그루밍을 당하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사회문화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본문에서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을 정립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학창 시절에도 인터넷 채팅이 유행하던 시기라서 비슷한 범죄들은 있었습니다. 만나자고 요구하는 쪽지들, 그리고 채팅창 내에서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행동 등등. 그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받은 쪽지들을 지우거나 채팅방을 나가는 방법들뿐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대처 방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알려주는 사람도. 제도도 없었습니다. 플랫폼 내에서 신고라는 장치도 있었지만, 아이디나 대화명만 바꾸고 다시 접속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안하거나 무시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지금의 학생들의 대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신고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증거를 남겨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았다면 과거의 저도 그렇게 행동 했을 것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배워 나가는 시간은 과거의 나에게도 위안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중 여고를 다녔는데 학교 근처에 잠복해 있는 바바리 맨을 만나기 일쑤였고, 등하굣길 내내 불안에 떨며 나름의 대처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던 그때의 저에게 말입니다. 나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탓을 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나는 몰랐기 때문에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저 당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하고, 예방하고, 많은 대처방법들을 알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해서 개인 SNS에 올리고 같이 공유하는 등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학생들에게 디지털 성범죄 위험이 있으니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법일까요? 막상 디지털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답답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데 디지털 매체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매체 사용 시간을 줄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피해자가 조심해야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왜 피해자가 미리 조심해야 할까요? 가해자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법이 만들어졌고 또 개정도 되어 처벌 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는데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맞는 형량이 잘 내려지는지는 의문입니다. 법정에 세우는 것조차 너무도 멀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요? 가시화 되었던 N번방 사건이나 양진호의 카르텔을 본다면 이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상의 이점으로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가해를 합리화하고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죄를 덮으려 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들이 경제 구조를 갖춘 산업 속에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은 고통에 비해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희망의 없는 나라처럼 여겨질 정도로 절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왜 그 법이 적용되지 않는지 말입니다. 학생들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보호해 주지 못한 현실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권리와 평등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지켜지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특히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사회와 어른들이 보고만 있어도 되는 걸까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한 성범죄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인권을 어디까지 보호해 줘야 할까요?

피해자에게 왜 피해를 당했느냐?”고 묻지 마세요. 욕망을 해소하려고, 돈을 벌려고, 의도를 가지고 속여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잘못입니다. 누구든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당해도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네가 하지 말아야 했다.”, “네가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라고 말하지 마세요. 부정적인 시선, 질책, 비난과 책임은 가해자에게 향해야 합니다. 가해자에게, 가해자를 양산하는 사회에 하지 말라고, 못하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교육입니다. 현재도 학생들에게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식과 행동을 바꾼다는 것은 한 번의 교육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그리고 상호존중을 위한 행동 습관 등을 체험해서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을 구성해 머리만이 아닌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 개인의 변화와 가정의 변화, 더 나아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