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030 young class’ ⑪ 정희연]낙태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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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30 young class’ ⑪ 정희연]낙태죄에 대하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2.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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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놓고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며 찬반양론을 일으켜왔다.

20194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올해 1231일까지 낙태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이에 대해 16개월 만에 내놓은 입법 예고안은 임신 14주까지는 본인이 원하면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낙태를 할 수 있으나 임신 15~24주는 조건부로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조건부 낙태 허용이라는 뉴스를 접한 일반 시민들은 낙태죄로부터 여성들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상 헌법재판소의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헌법불합치 판결과 정부의 개정안이 너무나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낙태죄를 그대로 남겨둔 채 조건부 낙태만을 허용하였고 그 조건에 따라 낙태가 허용되는 여성과 허용되지 않는 여성으로 나뉘며 또다시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낙태죄란 태아를 인공적으로 모체 안에서 죽이거나 조산시키는 죄를 의미하는데 낙태에 있어 남성에 대한 책임은 존재하지 않으며 태아를 임신한 여성만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자녀부양의무가 여성에게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존재함을 의미한다.

임신과 피임은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남자, 여자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낙태죄에 있어 모든 책임을 왜 여성에게 전가하는지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과연 낙태에 대해 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정당한 일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낙태죄가 폐지되기 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나 임신을 중지하고 싶은 여성들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출산을 강요받아왔다. 이 때문에 출산이 어려운 여성의 경우 불법으로 시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다녀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었다.

많은 여성이 목숨을 위협받고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낙태를 선택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매우 다양하였고 평균연령은 28.4세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33.4%), 경제 상태상(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어서) 양육이 힘들어서(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시장,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 임신한 여성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태아생명권도 의미 없다고 본 헌재의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심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하여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인공임신중절 당시 가장 필요 했던 정보는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였으며 그만큼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고 건강을 보장받으며 자기결정권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사회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여성의 몸이 임신과 출산의 역할이라는 프레임에 벗어 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보호 제도들이 마련되어 앞으로 임신에 대해 여성도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일본 국적의 방송인 사유리씨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하며 자발적 비혼모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임신을 위한 모든 의료적 시도가 불법이기에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어 일본의 정자은행을 통해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몸에 대한 임신, 출산, 임신 중지에 대해 오롯이 여성이 선택할 수 있고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임신 중절과 출산에 똑같은 건강보험을 적용, 안전하고 적절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피임, 임신, 출산에 대한 남녀의 공동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원치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 교육,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체계적인 상담제도가 마련되어 앞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적 건강권도 함께 보장받는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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