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박찬웅 칼럼리스트] 잠시 멈춰선 시대의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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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박찬웅 칼럼리스트] 잠시 멈춰선 시대의 여행법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1.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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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 2020년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어떻게 1년을 지나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끝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숨도 잘 쉬기 어려운 마스크처럼 답답할 뿐이다.

매년 새해에는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고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하게 된다. 그중에 가장 선순위 계획은 단연 설레는 여행계획일 것이 다. 여행의 참맛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사람들도 많은데 올해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을듯하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춰 섰으니 말이다.

여행은 단순한 오락이나 유희를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사람과 자연을 만남(Meeting)’으로서 삶을 영위해 왔고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수많은 체제가 만들어지고, 발전해 왔으며 문화와 문화의 접촉(Contact)’를 통해 문명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 꼭 필요한 요소이자 원동력이 여행이었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넘어 세상의 끝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까지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것도, 깊은 바다, 높은 산, 깊은 오지와 위험한 정글을 넘어 이젠 우주까지 나아간 것도 넓게 보면 여행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여행은 욕구와도 같다. 생존을 위해, 만남과 성취를 위해 인간은 여행을 떠났고 돌아왔으며, 정착했고, 다시 떠났다. 그런데 이러한 여행이 멈춰선 것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출국자수가 96%줄었다고 하니 그나마 출입국이 자유스러웠던 1-2월 제외하면 모든 출국이 막혔다고 보면 될 듯하다. 전 세계 189개국 무비자입국이 가능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여권이 무용지물이 되고, 항공사와 여행사 등 관련업계와 종사자들이 큰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격고 있다. 이는 해외여행뿐 아니라 작년대비 방문객 30%가 감소한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여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의 민족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봄에는 들로 산으로 꽃놀이, 화전놀이 여름에는 바다와 계곡으로 피서,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고 시시때때로 기회만 되면 각종 야유회, 기행, 모임 등등해서 여행을 떠난다. 참 놀기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민족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한다. 아니 어쩔 때 보면 좀 지나칠 정도로 여행에 집착한다. 집보다는 텐트가 즐겁고 포근했고, 맘이 아프거나 답답하면 산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면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답을 찾기 위해 떠나곤 했다. 그런데 여행이 멈춰선 것이다. 다시 떠날 수 있는 기약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랜선 여행이라는 여행영상을 통해 대리만족하거나, 언제쯤 일지 알 수 없지만 긴 여행을 공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욕구가 클수록 갈망도 커지듯이 현재의 막힘이 풀리는 때. 얼었던 강물이 녹고 흘러 바다와 만날 때……. 그때는 유희와 소비만족과 왁자지껄한 여행이 아닌 나를 찾고 다른 이들과 만나고 그들의 삶과 소곤소곤한 대화를 나누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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