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와 함께] 영산강은 흘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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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와 함께] 영산강은 흘러야한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1.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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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환경운동연합 이정식

목포시민신문(대표이사 유용철)는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지면을 꾸미는 지역 현안 집중 기획, ‘NGO와 함께란 주제의 지면을 제작한다. 첫 번째 순서로 목포환경운동연합에서 올해 지역 현안으로 영산강 하구둑 철거에 대해 의견을 게재한다. 본사와 목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NGO와 함께지면은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지역현안을 취재하고 보도하고 기획기사를 제작한다. 본사는 취재와 보도에 현장 취재 기자를 지원해 원활한 취재 보도가 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주에는 두 번째 순서로 목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역현안에 대해 의제를 발굴해 보도한다.<편집자 주>

목포환경운동연합 이정식
  • 같이 살아왔던 이 시대의 전남 사람들

2019년 전남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46세다. 목포, 여수, 순천, 광양의 시를 뺀 지역의 평균 연령은 50세를 훌쩍 넘겼고, 가장 높은 곳은 고흥군으로 55.3세였다. 그들은 1960년대에 태어나서 2020년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고, 대부분 2050년까지 이 지역을 지킬 것이다. 1960년생이 90세까지 산다면 2050년까지 아직도 30년이나 남아 있다. 그들은 초가집에서 태어났고 새마을운동으로 지붕이 초가에서 슬레이트로 바뀌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뛰어놀던 마을 골목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었다. 마을 앞 도랑은 콘크리트로 발라졌으며, 겨울철 논에서 썰매는 타던 것은 이제 먼 옛날의 일이 되었다.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은 양옥집으로 바뀌었고, 신작로는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아마도 한반도에서 수만세대 사람이 살았던 지난 5천년 동안 바꾼 것 보다, 지금 살고있는 우리가 바꿔왔던 50년이 것이 더 많고 거대했을 것 같다. 매년 주위 환경이 바뀌는 것을 보아 왔던 우리는 바뀌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고, 바뀌지 않으면 낙후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혁신이라는 말을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남의 서남해안 지역은 영산강 하구둑과 영산강 3단계 개발로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20~30년 전 간척 등으로 해안선이 바뀌기 전 서남해안 지역을 돌아보았던 경험이 있다. 하늘을 뒤덮던 경이롭고 감동적인 거대한 새들의 무리를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에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왔던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경이롭고 감동적인 모습이 나의 옆에서 사라져 가는데 우리 세대는 동참했고, 묵인했고, 무지했다.

어떻게 변해왔고,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변화의 길이 옳은 길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감동적이고 아쉬움이 남은 환경변화의 중심에 영산강이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노력하여 경이롭고 감동적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을 혁신이라고 지칭했던 그 혁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영산강 하구둑
영산강 하구둑
  • 하구둑

. 영산강의 역사

모든 강 하구는 만조와 홍수가 겹쳐 범람한다. 영산강 주변으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둑을 높이 쌓기 시작했다. 강 하구를 농업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범람의 피해가 발생한다. 배가 고팠던 시절 영산강 범람을 피해 농촌근대화사업이 계획되었고, 1965년 영산강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됐다. 한반도에 닥친 1967~68년의 큰 가뭄으로 가뭄과 홍수해를 방지하고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하구둑 건설 및 간석지 개발이 추진되었다. 영산강 상류에 4개댐 공사가 1976년에 완료됐고, 영산강지구 농업종합개발계획 2단계 사업의 핵심으로 영산강 하구댐이 무안군 삼향면 옥암리(목포 동쪽 6km 지점)와 맞은편 영암군 삼호읍 산호리 사이를 잇는 흙과 돌로 만든 하구둑이 1978년 착공돼 198112월에 완공되었다. 하구둑으로 만들어진 20,000ha의 갯벌은 논으로 만들어졌고, 호수는 민물로 담수되어 농토에 안정적 물이 공급되어 홍수 및 가뭄의 극복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간척된 농지로 농업생산성이 크게 향상됐고, 쌀의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원래 영산강은 길이가 113였다. 제방을 쌓으면서 폭은 1/7로 줄고 길이는 23가 늘어났다. 1970년 초까지 목포로부터 73km 떨어진 나주 영산포까지 바닷물이 드나들어 하루 6회 왕복선이 운항했지만, 지금 뱃길은 완전히 상실됐다. 영산강 유역의 나루터는 추정지역까지 총 204곳이나 되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 강의 하구는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생물다양성(biological diversity ; biodiversity)이란 "육상·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 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이는 종내의 다양성, 종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강의 하구 생태계는 지구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영산강은 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는 물론 강의 하구에 포함된 목포나 신안의 바다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의 상류로는 각종 어류의 회유가 있었고, 신안 등은 강 상류로부터 오는 유기물을 받아 풍요로운 어류의 산란 및 서식처였다.

. 물이란

생명을 물에 의지하고 있다. 강의 물이 흐르지 못하고 역할을 하지 못하면 생명도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흔한 것이 물인데 왜 물을 이야기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지구에 있는 생명의 원천은 물이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70% 이상도 물이라는 말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바닷물이 자유롭게 들고나는 강의 하구는 육지로부터 오는 오염물질은 빠르게 작은 생명체의 먹이가 되어 없어진다. 오염물질이 없어지는 것을 정화된다라고 한다. 오염물질을 먹은 생명체는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고 그 생물은 다시 더 큰 생물의 먹이가 되어 순환하게 된다. 오염물질을 위험한 물질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축산이나 생활 폐수 성분이다. 대부분 폐수 성분은 생물체 몸을 이루는 물질이다. 좀 더 어려운 말로 표현하면 유기물이다. 유기물이 분해되면 이산화탄소와 질소, 인산 성분 등이 된다. 생명체는 유기물을 먹고 몸의 크기를 불리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 , 질소, 인산성분으로 분해하여 배출한다. 이렇게 생물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염물질은 물속에 사는 생물의 먹이가 되고, 다시 다른 생물의 먹이를 거쳐 큰 물고기의 몸이 된다. 큰 물고기는 새나 사람의 먹이가 되어 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바다에서 게를 보면 발로 갯벌의 흙을 주워 먹는다. 게가 먹는 갯벌 흙의 성분은 사람이 버린 오염물질이다. 게는 낙지의 먹이가 되고, 그 낙지를 사람이 잡아먹으면 결국 우리가 버린 오염물질이 낙지로 바뀌어 사람에게 다시 오는 것이다. 강 하구에는 매우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고, 그 생물을 먹기 위해 사람을 비롯한 생물이 많이 사는 것이다. 이를 생산성이 높다고 표현한다.

흐르는 강이 하구둑으로 막히면 강의 상류에서 오는 오염물질은 생물체의 먹이가 되지 못하고 쌓여 썩게 된다. 독성물질이 배출되고, 하구 아래의 바다에 사는 생물은 먹이가 없어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 하구둑에 가로막혀 있던 썩은 물이 방류되면 바다에 사는 생물이 한꺼번에 죽는 일이 반복된다.

영산강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영산호는 썩어 냄새가 나고, 간척지에는 무리지어 나는 새를 찾기 힘들며, 신안은 물고기가 예전같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 하구둑에 막혀서

영산강과 낙동강, 금강은 하구둑으로 막혀있고, 한강과 섬진강은 바다에 개방되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자유롭게 교류되고 있다.

목포는 골목마다 맛집이 있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고 사는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목포 맛의 기원은 앞바다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갈치, 병어, 낙지, 조기 등의 물고기를 목포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라고 하지만, 낙지를 제외하고는 신안 섬을 넘어 먼바다에서 잡아 오는 생선이다. 영산강 하구 바로 앞에 있는 신안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국 갯벌의 50% 이상이 있는 이곳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영산강을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하구가 바다에 열려 있는 강은 한강이 대표적이다.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하구둑을 막을 수 없어 지금까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 중국배들이 남한과 북한 영해를 넘나들며 꽃게를 잡는다는 보도가 있다. 한강 하구는 꽃게, 새우 등 영산강 하구보다 훨씬 다양한 물고기 종류와 어획량을 보인다. 강의 하구가 바다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매년 봄과 가을철 갯벌에 오는 도요물떼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조사한다. 갯벌에 사는 도요물떼새는 먹이가 많으면 많이 날아와 먹이를 먹고, 적으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갯벌 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확인하면 갯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최대의 갯벌을 가지고 있는 목포 앞바다는 새들이 살기 좋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한강 하구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기록되지 못했다. 영산강 하구둑으로 막힌 신안은 생산성이 낮고 강의 하구가 바다에 열려 있는 한강 하구는 생산성이 매우 높음을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 보는 새로운 흐름

이명박 정부의 4개강 사업으로 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역설적이게도 흐르지 않는 강은 썩는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이제 격세지감으로 느끼지만, 강 하구가 막힌 곳이나 갯벌을 간척했던 곳에 다시 바닷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 하구둑 배수갑문은 작년까지 2번 개방하였고 3차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2번 개방으로 하구둑 위 낙동강에서 많은 변화가 관찰되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유조선으로 물을 막아 간척했다고 잘 알려진 충남 천수만 부남호는 내년까지 갯벌 복원 예비타당성 승인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간척지를 갯벌로 돌리는 역간척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갯벌법(법률 제16276)이 제정되었고, 2020116일 시행되었다. 갯벌법에 의해 갯벌관리와 복원 기본계획은 5년마다 세워야 하고, 실태조사를 5년마다 실시해야 한다. 갯벌관리구역을 지정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청정 갯벌을 지정하고, 생태관광 인증 및 갯벌생태마을 지정, 현장 관리인력을 양성하여 지속적으로 갯벌을 관리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 해결 방안

영산강이 하구둑으로 막힌 지 올해로 40년이 넘는다. 강 주위 갯벌은 농지로 변했고, 바다의 물은 나주까지 가지 못하고 목포에서 멈췄다. 위에서 내려오던 물은 하구둑에 막혀 썩고, 가끔 흘려보내는 물은 목포 앞바다를 오염시킨다. 찰지다던 신안 갯벌은 푸석푸석 말라가고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은 갯벌에 작은 생물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작은 생물이 없는 것은 영산강으로부터 오던 오염물질인 먹이를 먹지 못해서 그런다. 신안 갯벌이 말라가는 것은 영산강에서 보내주던 영양분을 보내주지 않고, 썩은 물을 보내서 그런다고 한다.

이제는 모두가 안다. 영산강은 흘러야 한다고, 그리고 하구둑을 터야 한다고.

영산강은 매년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목포 앞바다는 풍요로움을 찾을 수가 없다.

평균 연령이 50세를 훌쩍 넘긴 이 지역을 지켜왔던 전남의 우리는 인생의 변곡점을 돌았다. 나이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한다. 하구둑은 40년을 넘긴 불혹(不惑)의 나이고, 전남의 평균 나이는 지명(知命)이고, 곧 이순(耳順)의 나이이다. 영산강에 물새가 날아들고 목포 앞바다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노련함이 묻어나는 시기가 되었다.

낙동강이나 천수만의 복원 예처럼 우리 영산강도 복원이라는 긴 갈길(로드맵)을 찾아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주위 지자체가 그런 갈길을 시작하며 우리에게 같이 가자는 소식을 보내고 있다. 영산강 하구둑 복원이라는 혁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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