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불편한 캣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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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불편한 캣맘의 진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2.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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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어느 날 캣맘이라는 단어가 통상적으로 쓰이면서 동네고양이를 챙기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생겨났다. 캣맘은 동네고양이 밥을 챙겨주면서 돌보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이다. 다른 단어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대신할 만한 단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캣맘은 누군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가 없는 일이기에 신중하게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동네 고양이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답이 나올 것이다.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가 캣맘을 잘 만났을 경우는 평균 3~5년을 살다 가는데 이것은 운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캣맘이 없는 동네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은 1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고양이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한 가지 중에, 대부분의 고양이가 떠돌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길에서 살더라도 머무는 곳이 있다. 이들에게는 내 골목, 내가 쉬는 곳, 내가 밥을 먹는 소중한 곳이 있는 것이다. 이들의 습성을 존중하고 이들의 삶의 유지를 위해 캣맘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캣맘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공무원들은 캣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도 한다. 이유는 끊임없는 민원 때문이다. 왜 캣맘들은 자꾸 민원을 발생시키는가? 그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밥자리 때문에 주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밥을 버리거나, 밥그릇을 치워버리는 일은 말할 수 없이 자주 일어나고 있고, 심한 경우에는 밥자리에 대소변을 누는 경우도 있다.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은 그곳에 사는 고양이를 해쳐서 보란 듯이 전시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캣맘들은 이런 걸로 물러서지 않는다. 치우면 다시 채워놓고, 버리면 다시 마련해둔다. 소변을 누면 닦아내고, cctv를 달아 감시를 하면서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인색해질수록 캣맘들은 더 지독해질 수밖에 없다.

열혈 캣맘들을 향해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지를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이미 동네고양이들에게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내가 주는 밥한 끼를 기다리며 그것으로 인해 굶지 않을 수 있고, 작은 스티로폼 집 하나에 아이들을 얼어 죽지 않을 수 있는데 어찌 힘들다고 캣맘을 그만둘 수 있겠는가?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은 사실상 돌봄을 받는 일이 없다. 늦은 시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밥을 주고 추울까봐 핫팩을 데워 허술한 집 안에 깔아주면서도 연신 주변을 살핀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그 순간들이 두렵고,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고양이가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대부분의 캣맘은 몸을 낮추고 늦은 시간에 밥자리를 돌게 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싸우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밥을 사서 고양이를 챙기는 것이 아니다. 캣맘은 돌보는 고양이들의 안녕을 바라는 것뿐이다. 그것도 조용히.

자신의 밥자리를 자랑삼아 다니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위하는 캣맘이라고 볼 수 없다. 밥자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나 사람들이 오가는 한 복판에 보란 듯이 설치하는 캣맘은 제발 꺼져주길 바란다. 몇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캣맘 전체가 욕을 먹는 일도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는 캣맘의 형태를 이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캣맘이라는 이름을 벗으면 지역에 헌신하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사회의 일환으로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임을 잊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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