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서의 교육이야기] 불안한 개학, 닫힌 교문은 계속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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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의 교육이야기] 불안한 개학, 닫힌 교문은 계속 열릴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0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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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신 서(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 자문관)

[목포시민신문] 불과 1년 전 3월이었다. 새 학기 시작이 연기되고 입학식마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온라인 개학, 간헐적인 등교, 또다시 학교 폐쇄, 2020년 내내 학교와 학생들은 불투명한 일상을 보냈다. 학생에게 너무나 당연한 등교와 수업, 하교의 일상이 사라졌다. 교사와의 대면, 친구의 관계가 끊어지고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접속하는 상황이 기약 없이 반복되었다. 학교는 부모의 경제적 격차에 따라 환경 차이가 크게 나는 가정이 아니라, 동일한 공간 환경을 제공하는 모두가 평등한 집이다. 그 공간이 있다가 없어진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다시 새로운 해.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마스크를 쓴 교사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소독과 투명 가림판을 책상에 설치하고 있을 것이다. 유은혜 교육 부총리는 지난 22가능하면 많은 학생에게 점차 대면수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주 한주는 전원등교를 하고 2주차부터는 2/3의 학생이 등교하는 방침을 학교현장에 내렸다. 이 방침에 따른다면 면단위 학교의 대부분이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인 전남의 경우 등교 학교 수는 전국최대가 될 것이다. 등교수업이 확대되더라도, 학교 현장은 방역과 교육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느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은 분명해보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1년 안에 삶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백신의 효과, 백신의 유효기간, 변종에 대한 대응력, 국민들의 계속적인 방역지침 준수가 전제되어야 기대가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바이러스와의 지루한 전쟁은 더 오래되고 새로운 형태의 전쟁으로 변화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하락! 더 무서운 고립과 사회성 손실

코로나 시대, 혼자 배우고 먹고 놀고 운동하는 학생들의 하루가 앞으로 이 세대들의 새로운 특징으로 나오고 그것이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9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수업 방식의 변화가 교사 수업, 학생 학습, 학부모의 자녀 돌봄에 미친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코로나19 이후 자녀의 성장과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 1위는 사회성(43.6%)’이었다. ‘기초학력(30.5%)’보다도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부모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자녀의 미디어 노출 시간이 증가하고(86%), 자녀의 운동량이 줄어들었으며(83%), 학부모의 자녀 학습 돌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고(84%) 응답했다. 원격으로 열린 학교는 학사일정만 변동 없이 굴릴 뿐 아이들의 제대로 된 성장과 발달을 충분히 담당해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또래 집단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사회성, 장기간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 신체활동 부족과 부실한 식단이 초래한 건강 위협 같은 것들이 아이들 미래에 미칠 영향은 아직까지 정확히 분석한 자료는 없지만 충분히 예측되는 일들이다. , 처음에는 심심해요” “외로워요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고립된 상황에 적응하고 만족하기까지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핸드폰을 끼고 혼자 지내는 생활을 당연시 하고 혼자 유튜브 보고 게임하고 지내면서 굳이 친구를 사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고착돼가는 것은 아닐까? 학교에 가면 괜히 선생님 눈치 보게 되고 어색한 친구들과 어색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힘든 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는지. 교사, 부모, 친구 같은 관계망이 급격히 약해진 학생들이 집에 고립된 채 공부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몰입하다보면 마음에 병이 생기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의 행동과 정서 발달에는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새로운 반 친구 한 명을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고 사적으로 연락하는 반 친구가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원격수업 덕에 처음 사준 스마트폰이 자녀의 게임 세계만 넓혀주었고 일상이 흐트러진 자식이 은둔형 외톨이는 되지 않을까 부모들의 걱정 또한 클 것이다.

열린 교문을 다시 닫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11KBS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란 주제로 대규모 웹 조사를 벌였다 설문 문항 가운데 교육위기에 관한 질문들도 포함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들은 초중고의 등교 최소화를 원했다. 국민들은 아이들의 미래에 피해를 주지만, 방역이 우선이므로 등교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의 미래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4.6%에 불과했다. 특히 어린 학생일수록 등교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가서는 안 된다는 비율은 저학년일수록 높았다. “매일 가야 한다는 의견은 고학년일수록 상승했다. 3에 대해서는 매일 등교 의견이 36.3%에 이르고 등교 반대 의견이 9.3%에 불과했다.

지난 1년 사이 축적된 실증적 데이터에 따르면 학교는 코로나19 감염의 뜨거운 장소도 아니고, 아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위험이 작은 연령대이며, 저학년이 고학년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덜 전파한다는 것이다. 3보다 초1이나 유치원생이 더 자주 등교하는 것이 감염 관리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이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9OECD가 발간한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영향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함께, 입시 시험을 위해 고학년을 먼저 등교시킨 유일한 나라였다. 덴마크·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 등 대부분 국가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최우선 등교 순위였다. 입시의 가치 앞에서는 방역 논리도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쉽게 학교를 폐쇄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학교 교직원을 코로나19 우선 접종 대상자로 해주기를 제안한다.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서 교사는 성인만성질환자, 소방, 경찰 등 필수인력과 함께 7월부터 백신 접종을 받도록 되어 있다. 등교 확대로 매일 수 백 명의 학생을 접하게 될 교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과 학생의 안전을 보호 하는 방법은 백신 우선 접종이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교사들을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시설 거주자와 함께 백신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에 포함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건교사나 특수학교를 전담하고 있는 돌봄 교사 등 우선순위를 정해 교직원들이 우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하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한적인 등교 수업으로 학생들은 학습 손실을 경험했다. 또래 집단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차단됐다. 다양한 공동체 경험과 문화소양을 쌓아줄 매개 공간과 사람이 사라졌다. 악마는 꼴찌부터 때리고 재난의 피해는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 많이 무너진 곳을 발견해서 복구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학교 폐쇄는 아이들과 그다음 세대에 막대한 비용을 청구하게 될 것이다. 이 공백의 비용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갚아나가야 할 빚이다. 상환의 주체는 이 상황을 만든 현재의 어른들이 아닌, 자라나는 미래세대다. 이들을 성장시키는 소중한 공간이고 집인 학교가 폐쇄되지 않고 학생건강안전을 담보해내려는 첫 시작이 학교 교직원에 대한 우선 접종이다. 코로나19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지금의 아이들이 훗날 코로나 세대라 불리는 불행한 집단이 되지 않게끔, 그들에게 큰 빚을 안겨준 어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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