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여성의원에 대한 목포시의원들의 졸렬한 혐오
상태바
[편집국에서] 여성의원에 대한 목포시의원들의 졸렬한 혐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31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용철 대표이사
유용철 대표이사

[목포시민신문] 24일 목포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올해 4대 폭력 통합 예방교육이 실시됐다. 3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교육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원 김숙진 전문강사가 맡아 진행했다. 2년 전 동료 여성의원에 대한 성희롱과 성폭력으로 내홍을 겪었던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예방교육이라 세간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교육에는 당시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와 피해자인 의원도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몇몇 의원들은 교육에 불쾌감을 표출하며 중간에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참석한 몇몇 의원들은 수준이하 질문을 김 강사에게 퍼부으며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희화화하면서 냉소적 반응에 성희롱 농담까지 주고받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한 여성의원은 마치 피해자 여성의원을 낮잡아 보는 듯한 발언까지 일삼으면서 희롱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남성의원은 성적 농담에 가까운 수준이하 발언을 강사에게 질의했으며 일부 의원은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강사를 낮잡아 눈 부아리며 응시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김 강사는 목포시의회가 가장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목포시의회가 아직도 의회내 성희롱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졸려한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사고에는 아직도 여성 의원에 대한 남녀의 분별적 사고가 아닌 차별을 기반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아직도 사건을 통해 무엇에 분노하고 어떤 대안을 찾아야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는 의회내 만연된 여성 의원에 대한 성적 차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에 대한 개선보다는 피해 여성 의원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집단적 괴롭힘에 전념하는 듯 하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단적 혐오의 행동이 마치 이런 저급한 행동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접촉사고가 났다. 뒤차에 살짝 받힌 사내는 목덜미를 부여잡으며 차에서 내렸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뒤차 운전석 창을 두드렸다. 유리창을 내린 운전자는 꿈틀거리는 용꼬리 문신이 선명한 팔을 창밖으로 끄집어냈다. "무슨 일이냐"는 뒤차 운전자의 한마디에 대꾸도 못 하고 피해 차량 사내는 머쓱한 듯 머리만 긁적거렸다. 얼핏 기억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애써 자위했을 그 사내는 상대가 '김 여사'로 낮잡아 보는 여성 운전자였다면 길길이 날뛰었을 거다. 핏대 올리며 대거리를 하고 차 앞에 드러누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종로 육의전 거상의 횡포엔 찍소리 못하고 어이없이 봉변을 당하면서도 한강 나루터의 노점상에겐 큰소리쳤던 '지질한 사내'가 예전에도 흔했던 모양이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갑질에 머리를 조아리던 폭력의 피해자가 집에 와선 애먼 처자식을 잡는 가해자가 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권력의 생태계에는 사실 무수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있다. 마땅한 분노에 침묵하는 근저엔 공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저항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졸렬한 혐오다. 냉소를 자양분 삼은 혐오의 또 다른 에너지원은 차별과 편견이다. 2015년 대전역 앞 무단 주차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여성 운전자의 짓으로 단정 짓고 '김 여사님 주차 신공'이라 비웃었다. "공짜 주차하고 부산으로 장 보러 간 거다"라고 조롱했다. 남성 운전자로 밝혀진 역대급 반전에도, "차주가 남성이고 운전자는 김 여사가 맞을 것"이라고 우긴 네티즌이 있었다. 만만한 '김 여사'는 지독한 편견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페미니스트를 개돼지보다 못한 벌레로 깔아뭉개기도 예사다. 카프카 소설 '변신'의 주인공처럼 서로에게 벌레 같은 존재가 되고, 자존감을 갉아먹으면서 벌레 같은 삶을 살아간다.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목포시의원들도 그런 벌레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