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부활인가 진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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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부활인가 진화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4.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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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그리스도교인들의 최대 축제인 부활절은 4월인 경우가 많다. 올해 부활주일은 지난 4일이었다. 세계종교가 된다는 것은 보편성이다. 삶과 죽음 또한 보편성이다. 그것을 뛰어넘는 대역사가 부활이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지역의 민족종교가 세계종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절은 응당 기쁨으로 충만해야 옳다. 그리고 그 기쁨을 내 자신이 충만해야 온전히 타인에게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4월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는 조금은 이중적인 듯하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오던 해 따스한 봄날, 세월호는 맹골수도에서 아이들을 보둠고 수장되었다. 아이들이 노란 꽃들로 다시 태어난 것일까? 슬픔을 잉태한 꽃들일까? 화려하고 아름다운 4월의 꽃들을 보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언젠가부터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무디어졌지만 팽목항 발걸음은 나에게 최루제였던 시절이 있었다. 학창시절에 읽은 T.S 엘리엇의 황무지는 이런 내 여린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이렇게 4월은 시작되었다. 이것이 부활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내 나름 깨달음을 얻은 것은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다.

부활을 말하면서 창조론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 이러면 진화론자들과의 논박은 불가피해진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영국 군함 비글호를 타고 1831년부터 무려 5년이란 기간 동안 태평양과 대서양을 항해하였다. 그 우스꽝스러운 종들을 만난 곳이 바로 갈라파고스군도였다. 그리고 역저 종의 기원이 탄생한다. 다윈은 종이 따로따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공통의 조상에서 진화했음을 논증하였지만 드러내놓고 창조론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만들어진 신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창조론을 본격 비판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다윈은 냉철한 관찰자이자 과학자였지만 인간에 대한 따스함이 넘치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인간 본성이 이기적 동물이지만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이라는 고귀한 도덕성을 진화시켜온 존재임을 망각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벌거벗겨진 탐욕과 살벌한 야만으로 몰고 갈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란다.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인성의 진화론을 동시에 설파하고 있다. 참으로 온정적이다. 그랬다. 진화론자들, 창조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 차가운 것은 아니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려 했던 리처드 도킨스마저도 호혜적 이타주의를 말하고 있다. ‘내가 네 등을 긁어 줄테니 내 등에 올라타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인간이 갖는 협력적 집단진화를 웅변하고 있다.

동물이나 곤충도 말을 한다고 생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들만의 언어와 행동으로 소통하는 꿀벌들의 집단지성(Swarm Intelligence)을 알고 나면 이들이 인간보다 고도의 진화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꿀벌들은 개체수가 많아지면 새로운 집(Hive)을 지을 장소를 물색할 때 모두가 찬성할 때까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다툼이 없다. 오직 평화로운 과정만 있을 뿐이다. 놀랍다. 가끔 마을학교 아이들을 인솔하여 진돗개 테마파크 개 묘기를 관람한다. ‘인간이 개만도 못하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영리하다는 개는 물론이고 꿀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의 진화유전자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스도의 부활과 창조론, 세월호와 죽음, 그리고 생물학자들의 진화론과 인간행동의 진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4월이다. 보궐선거가 끝났다. 투표행위도 진화하였다. 정치발전이 좌우익의 균형을 담보로 한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거 4연패를 당해온 보수진영이 이번에도 지리멸렬했다면 정치의 한 축은 여지가 없고, 승자의 연승이었다면 얼마나 오만하고 독선적이었을까? 진보진영의 이번 패배는 차기대선을 위한 백신이고 보수진영의 이번 승리는 보약이 될 것이다. 이것이 정치의 부활로 이어지고 진정한 역사의 진화로 이어진다면 벌꿀맛에 비하겠는가? 역사발전을 위해서 이번 선거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부활이고 진화이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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