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특집] 목포 점점 커지는 공공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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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돌 특집] 목포 점점 커지는 공공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김영준
  • 승인 2021.04.3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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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공론화위원회 세우자”
쓰레기 처리시설 등 지역현안 정쟁꺼리 전락 비판
행정 해결과정 중립성 한계 ‘시민참여’로 보완해야
공공갈등 신속 해결 위해 ‘숙의민주주의’ 필요성 대두
목포시 원도심 전경.

[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 "숙의 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의논하는 숙의가 의사 결정에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 단순히 투표가 아닌 실제적 숙의가 입법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매우 중요한 원천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민주주의 이론과 다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나온 숙의 민주주의의 정의다.

2010년대 이후 목포는 오거리 거버넌스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갈등 발생 시 이해 세력 간의 소통과 화해를 알선하고 조율을 통한 문제 해결과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을 끌어내는 기능이 오랫동안 오거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목포시가 추진 중인 소각장시설 건설사업에서도 보여지 듯 사회적 거버넌스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갈등을 조정해 오면서 암묵적으로 합의하도록 기능해온 오거리 거버넌스가 사라져 이해집단의 목소리만 난무해졌. 더욱이 근래 들어 선거후유증으로 인한 시민들의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목포에 진정한 어른들이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말한다. 혹자는 이로 인해 타 지자체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의 사회지도층 인사와 기득권 세력들은 도토리 키재기 하듯이 서로 잘났다고 자랑을 일삼는 등 목포를 좌지우지 하려고 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푸념한다.

또 최근 10여년 동안 지역의 모임이나 단체 등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되는가 하면 지역 곳곳에 이러한 의식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시민들은 어른 없는 시대를 개탄하면서 지역사회에 어른을 세우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적법보다 중요한 것은 상식소통이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임경숙 사무국장은 소각장 설치와 관련해 목포시 주장대로 법적 결함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적법성 여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다고 밝혔다. 이어 소각장의 경우 다이옥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수반하기 때문에 주민과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를 생략한 채 사업을 지나치게 신속히 진행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포시는 랜선 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정해진 사업의 테두리 안에서의 의견수렴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임 국장은 비단 소각장 문제뿐 만 아니라 최근 일련의 지역현안을 보면 목포시는 법제도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의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다음, 사업을 일방 추진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고 지적하며 행정은 법과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시민 의사소통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목포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경완 사무국장은 지난 한 토론회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 즉 소각장 설치에 관한 정보가 늦게 알려진다는 것은 심각한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는 일이다고 지적하며 시민사회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어떤 사안에 대해 질문하거나 자료를 요구하면 공무원 조직은 아직 확정된 안이 없기 때문에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안이 확정되면 시민들이나 시민사회에서 추가적인 의견을 내거나 수정을 요구를 할 때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국장은 시민들은 어떤 사업이 확정되기 전의 계획안을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확정이 되면 바꾸기 힘들거나 아예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늘 뒷북만 친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 바람직한 협치(거버넌스)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정책결정 권한을 소수가 쥐고 있을 때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사회적 낭비가 있었다.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는 비용은 커 보이지만 이게 효율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진짜 민주주의 모습이고 결국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이후 갈길 먼 목포 숙의민주주의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새로운 주민자치 시행의 전기가 마련됐으나 목포의 숙의민주주의는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 통과로 지자체 역량 강화와 활발한 주민 참여 등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목포시와 목포시의회가 앞장서 성숙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선거권이 있는 300명 이상의 시민 연서가 확보되면 해당 안건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로 제정된 후 지역 내 발생한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극적·포괄적인 주민참여 수준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시정 현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학교도서관 상시 개방 문제, 매립지 사용 종료와 소각장 설치 조성, 평택역 광장 조성, 화물자동차 주차장 설치, 지방산단 조성 등 민·, ·민간 갈등이 팽배해 있는 문제에 대해 공론화 방식을 통해 해당 지자체들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거창군을 숙의기반 주민참여와 갈등해소 우수 지자체로 선정했다. 거창군 구치소 위치에 대한 주민 갈등과 관련해 찬·반 주민대표, 거창군·의회, 법무부가 참여하는 5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주민투표 실시를 통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 모범사례다.

행안부는 지역 주민의 정책 결정과정 참여를 활성화하고 지자체 간 협력강화와 갈등해결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분쟁해결 분야숙의기반 주민참여 분야에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숙의 민주주의의 이해를 돕고 숙의 유형·사례 등을 공유하기 위한 숙의기반 주민참여 운영모델 자료집도 제공하고 있다.

행안부 자치분권정책 관계자는 앞으로 민·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분쟁을 예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라며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과 분쟁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공공갈등 해결 타산지석 삼자

평택역 광장 조성 시민공론화 첫 걸음= 평택역 광장 조성에 대한 시민과 소통의 첫 걸음으로 공론화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평택시는 지난 7일 시청 종합상황실에서 평택역 광장 조성 공론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평택역 광장 조성에 대해 관주도의 획일적 방식을 탈피해 계획단계부터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정책의 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중립성, 공정성, 책임성, 투명성의 4대 원칙에 따라 시민 주도의 공론화를 기획심의하는 독립적인 기구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분야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의회와 도시계획, 갈등관리 전문가, 언론사, 시민단체 등 5개 분야로 구성했다.

이번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올해 9월까지 평택역 광장 조성 시민 공론화 모델 설계를 비롯해 관리와 운영, 숙의과정 진행, 시민참여단 최종의견 수렴 과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순천시 공론화위원회 쓰레기 종합대책 수립= 201812, 순천시 자원순환센터 운영 중단에 따른 쓰레기 문제 해결 및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운영되어 온 순천시 쓰레기 문제 해결 공론화위원회100일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그해 97일부터 100일 동안 시민 대표 75명이 현장조사, 정책토론 등 총 15회의 숙의과정을 통해 순천시 쓰레기 문제 해결 정책권고안을 마련하고 순천시장에게 전달했다.

정책권고안에는 빠른 시간 내에 매립지 확보를 위한 행정적 절차 진행, 쓰레기 감량을 위한 다양한 처리시설의 도입 검토, 순천시가 직접 운영하는 통합적 관리기구와 자원순환도시를 위한 민관 협치 기구 설립, 거점관리수거방식의 도입 및 시범운영,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동일한 행정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조치 등 6대 권고내용이 담겼다.

순천시는 공론화 추진 전 과정을 담은 시민참여 결과보고서를 발행해 시민에게 공개했고 자원순환 거버넌스 등 민·관 협치 기구를 설립해 권고안의 실행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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