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쿠데타, 몽니 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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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쿠데타, 몽니 부리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3.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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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을 어떻게 보느냐?”
“말하기 곤란하다...” “대답하기 부적절한 사정을 이해해 달라” “교과서의 규정을 인정은 한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최근 장관 후보들 청문회에서 있었던 야당의원들의 질문과 장관 후보자들의 답변이다. 한 나라의 장관을 하겠다는 자들이 국민들이 보는 청문회에서 국민을 향하여 내놓는 답변이 한결같이 어떤 한 사람의 눈치를 보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5.16은 ‘혁명’이었다가 쿠데타가 되었다가 다시 혁명으로 변질되었다가 다시 쿠데타로 한 발 물러섰다가 또 다시 혁명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고 있다. ‘5.16’이 박정희 독재에서 전두환-노태우-3당 합당의 김영삼 정권때까지는 ‘거룩한 혁명’이었다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는 쿠데타로 판결이 나서 교과서에서도 ‘군사 반란’으로 명기되더니, 이명박 정권 들어 뉴라이트들이 준동하여 교과서에서 혁명으로 다시 고쳐 부르는 일이 생겼고, 지난 대선 정국에서 박근혜 ‘후보’의 “역사적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이 공박을 받아 “과오가 있었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사과 성명으로 다시 ‘쿠데타’ 성으로 바뀌더니, 얼마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에서 박효종 류라이트운동 대표(서울대 윤리학과 교수)가 정무위원회 간사로 임명되면서 다시 ‘혁명’으로 회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더니 이번 청문회에서 그런 징조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효종 교수의 궤변은 돋보인다. “5.16은 시작은 쿠데타라고 할 수 있지만 성과는 혁명적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앞으로도 군대를 장악한 자가 혼란한 정치 상황을 이용하여 탱크로 국회와 방송국을 밀어붙여서 막 돛을 올린 민주정부를 들어엎고, 계엄형을 선포하고 반대자는 잡아 가두거나 죄를 씌워 사형에 처하고, 외국 돈을 수단껏 얻어 종속적 경제구조와 불평등 분배 및 부패라는 구조적 문제야 어떻건 가시적 물질의 풍부함이라는 업적을 보인다면 혁명가로 추앙받아야 한다.

모름지기 한국 최고 수준의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인 그의 말에서 나는 진정성을 믿지 않으려 한다. 진의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윤리는 말 그대로 사회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도리이며 선하디 선한 자연의 섭리에 합일하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검은 것을 희다고 하거나 누가 봐도 쿠데타인 것을 혁명이라고 우긴다면 그것은 반 윤리이고, 그런 자가 서울대학교의 윤리교육과 교수라면 앞으로 대한민국 초중고교의 윤리교육이 참으로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진심이 아니기를 재삼 바란다.

논리로 먹고 사는 교수가 그런 태도를 취하니, ‘혁명’이기를 주장하는 당사자로부터 장관직이라는 은전을 수혜받은 자들이 건전한 판단을 기피하거나 신념 자체가 그러한(5.16을 혁명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적으로’ 수치스런 모습에 이해는 간다. 그런 자리에서 법이 판단한 대로, 그리고 자신들의 자식들이 외우고 있는 교과서에 명시된 대로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는 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 나라 꼴이 지금 이렇게 흉칙하게 이그러지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쿠데타는 국민과 백성의 뜻에 따라 세워진 민주정부를 소수의 무리가 힘으로 뒤엎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하, 은, 주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예전 시대에도 힘으로 정치권력을 바꾸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쿠데타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나라 걸왕을 은나라 탕왕이, 은나라 주왕을 주나라 무왕이 처단하고 정권을 장악한 예가 그것이다. 그것을 혁명의 범주에 넣는 것은 걸왕과 주왕은 유사 이래 악독한 폭군이어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맹자는 두 폭군을 두고 “민심은 천심인데 하늘이 그들을 버렸으니 그들은 왕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두 폭군의 퇴진을 합리화했다. 무도한 힘이 권력이던 춘추전국시대에는 패도정치가 횡행하는 나라의 백성들이 왕도(왕이 仁政으로 다스리는 정치)를 실시하는 이웃 나라의 왕이 하루 빨리 자기들의 나라를 쳐서 혹독한 정치를 바꿔 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왕도의 왕이 북쪽을 치면 왜 남쪽을 먼저 쳐주지 않느냐고 원망할 정도였다. 그처럼 인자하여 백성을 주인으로 모시는 이웃 나라의 왕이 쳐들어와 패도 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쿠데타라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쌍수를 들어 그것을 환영했기 때문이다.

5.16은 어떤가? 학생들과 민중의 목숨을 건 투쟁인 4.19 혁명이 결실을 맺어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뜻에 따라 민주 정부가 세워졌다. 그 정권의 항해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어느 새벽 군대가 탱크를 몰고 나타나 그 길을 빼앗아 버렸다. 민중의 뜻과 무관한 소수의 군인들이 민중 혁명을 무너뜨린 것은 반혁명이고 쿠데타이다.  5.16을 혁명이라고 하는 자들은 시민혁명의 진수인 프랑스 혁명을 쿠데타라고 하는 억지도 부린다.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공동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협 등 전에 없이 안보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아직 정상적인 출범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서슬퍼렇다. 국민 앞에 주먹을 불끈 쥐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동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을 국민이 뽑는 것이라면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원, 특히 야당 의원도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이다. 정부에서 발의한 법안이 국회로 넘겨지면 그것을 두고 여야가 협상과정을 거쳐 확정짓는 것은 국회의 몫이자 국민이 부여한 권리이다. 협상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몽니 부리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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