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동맹의 집단최면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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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미동맹의 집단최면에서 벗어나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3.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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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

 
책은 정치학, 경제학, 국제관계론을 전공한 학자, 직업 외교관, 언론인, 군사 전문가 등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14인과의 대담을 엮은 것이다.

곳곳에서 보이는 그들의 입장차는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통일문제만 해도 일본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태롭게 할 것 분단이 바람직많은 부분에서 이를 환영할 것이라는 식으로 의견을 달리한다.

전반적인 내용은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변인으로서의 일본의 국내사정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논점을 대별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이 한국, 호주, ASEAN 등과 협력해 미국과 중국을 견제하며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가자 미들파워론(소에야 요시히데), 일본은 뉴질랜드나 한국 같은 중견국이 아니다는 강대국론(이노구치 다카시), 군사력을 강화한 정상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상국가론(아카시 야스시),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동북아시아공동체론(와다 하루키). 대표적인 지한파인 와다 하루키 씨는 한국 중심의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처럼 천차만별의 선택지가 제시되었지만 일본의 외교행위가 부동의 평화헌법과 일미안보조약의 틀 속에서 전개될 것이란 점에는 큰 차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미동맹에 기초한 정상국가론 시나리오가 대세인 듯하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일미동맹에 대한 맹신의 틀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일본의 새로운 앞날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평화헌법이 개정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주변국의 시각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일관계에서는 한류 붐처럼 문화적 차원의 수평교류는 물론 경제교류에서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을 모방하거나 학습하는 공동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서 보듯이 격상된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무인도를 왜 신성한 고유영토라 하는가영토문제는 점차 부차적인 문제가 되갈 것이란 안이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공식석상에서 일본 정부가 쌓아 온 역사인식에 반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건전한 제안도 있지만 반발만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부상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위협을 일본이 당면하게 될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본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주종을 이루었다.

14인의 전략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본의 현재를 위기로 규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합의된 전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는 그만큼 일본사회가 격랑과 혼돈 속에 놓여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일본사회가 이처럼 방향성을 상실한 배경을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이나 20년간의 헤이세이 불황에서 찾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일미동맹을 맹신하는 일본 지성의 집단최면에서 찾고 싶다. 일본 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후 일본의 총결산과 새로운 일본의 창조를 외치는 목소리가 고양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미국 따라잡기(catch-up)를 그만 두고 미국 넘어서기(post catch-up)에 나설 대전략(grand plan)을 수립해야 한다는 담론이 무성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국 넘어서기라는 목표는 좌절된 듯한데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일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힘의 원천을 일본 민족의 독자성 추구에 집중하여 잘라파고스(Jalapagos)의 함정에 빠진 것이 문제다. 역사적으로 보아 일본은 외향(外向) 즉, 외부 문물을 수용하는 단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고대 일본의 대륙문물 수입 단계가 그랬고, 근대사의 탈아입구(脫亞入歐)도 현대사의 탈아입미(脫亞入美)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힘이 급격히 쇠퇴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영향력은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일본의 대전략은 여기서부터 뿌리를 내려야 한다.

탈미(脫美)를 꿈꿀 수 있는 인식의 일대전환이 필요하고 그 원동력을 잘라파고스화가 아닌 한중일의 관계개선을 통해 찾아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미국 넘어서기에 좌절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 바로 일본을 넘어서고자 하는 우리의 정면교사임과 동시에 반면교사라는 생각이 쉼 없이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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