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서의 교육 이야기] 공수처 1호 사건이 “해직교사 특별채용”에 관한 것 이라니?
상태바
[구신서의 교육 이야기] 공수처 1호 사건이 “해직교사 특별채용”에 관한 것 이라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6.03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신서 전남도교육청 정책자문관

[목포시민신문] 2021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회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출범하였다.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권력형 부패범죄 처벌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래, 2002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제시되었다. 공수처 신설에 대한 법안이 20191230일 국회를 1차로 통과된 후 우여곡절 끝에 2021121일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출범 이후 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지대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판·검사가 아닌, 서울 교육감이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20184명의 해직된 전교조 중등교사를 특별채용한 사안이다. 430일 기준 공수처 접수 1040개 사건 가운데 600여 건이 판·검사 관련 사건이고 또 그중에서 400여 건이 검찰 관련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감사원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그것도 수사가 끝나면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지도 못하고 검찰에 넘겨야 하는 교육감 사건을 직권으로 인지해 1호 사건으로 선정했다. 감사원이 적용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었다. 감사원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 아니고 고발을 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은 것이 아니라 이첩을 요구해 혐의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변경했다. 감사원 고발의 내용만 본다면 권력 개입 또는 뇌물 수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선거를 목적한 것도 아니다. 과거 정권의 잘못된 해고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공무원법상 절차상의 적법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어째 소위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있을법한 짜 맞추기가 진행되는 듯하다.

4명의 전교조 특별채용 교사는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신자유 교육정책의 일환인 고교 다양화를 들고 나왔다. 평준화된 고교교육이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니 다양한 고등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사립에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공립에는 자율형공립고등학교(자공고), 국제고 등이 설립 확대되고, 거기에 기존의 외고, 과학고등 특목고가 포함되어 전국의 고등학교는 완전 서열화되었다. 일반 공립학교는 서열의 맨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었다. 특히 지방의 일반계고는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소위 성적 우수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이유로 타 지역으로 옮기는 현상이 급증했다. 지방의 일반계고는 위기에 빠졌다.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교육 열풍은 점점 심해졌다. 학부모는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입시 위주 교육에 매몰되어 있던 학교는 극심한 경쟁체제로 전락했다.

그러던 차에 2008년 첫 민선 교육감 선거가 서울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진영에서는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시도 교육감이 나서면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주경복 교수를 진보진영의 후보로 선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초중등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어 공무원인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었다. 선관위에 문의 결과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15%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많은 이가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와 교육 사회단체 집행부를 중심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필자를 포함해 서울이 아닌 타 지역 전교조 활동가도 참여해 원금과 은행이자를 돌려받는다는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줬다. 검찰은 수사대상자 명단을 작성해서 투망식 수사를 벌였다. 그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에서는 전교조 전남지부장(구신서)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전국적으로 불법 선거자금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고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했다. 필자도 서울 중앙지검에 출두해 돈을 빌려준 단 한 가지 사안으로 무려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이메일, 통장, 핸드폰 통화내역을 미리 다 확보한 채 조사를 진행하였고 나의 아내의 예금까지도 전화로 다 확인했다. 어처구니없게도, 법원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한 일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 고 판결하면서 "개인의 선거자금 대여는 합법이지만, 단체가 선거자금 대여를 권유한 것은 불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가 이 일을 조직적으로 안내했다는 이유로 집행부 7명에게 덫을 씌었다. 당연하게도 나를 비롯한 단순히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 4명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직을 떠나야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 퇴직과 동시에 5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당연 퇴직과 동시에 10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없이는 그 기간 안에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벌어진 전교조 특채교사 4명이 바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고 당연 퇴직된지 5년이 지나 공무담임권이 자동 회복된 자들이다. 조희연 서을교육감은 이들을 교육공공성 신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절차를 거쳐 2018년 특별 채용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00년 이후 22명의 특별채용 중 소위 진보교육감인 곽노현 교육감이 1, 조희연 교육감이 4명을 채용했고, 유인종, 공정택, 문용린 등 보수 교육감 때 특별 채용자 수가 무려 17명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사립학교 과원, 1994년 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특별채용, 국보법 위반, 시국사건 관련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무려 2천 명에 달하는 경력교사들이 특별 채용돼왔다.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1호 사건 선정이 출범 취지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수처가 다루기에는 경미 하거나 또는 별 의미 없는 사건"이라며 "공수처의 설립 목적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수사하는 것이다. 또는 여당 주장처럼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수단이다. 교육감 사건은 권력형 범죄와는 성격이 다르다" 고 말한다.

감사원에서 사실 조사를 다 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없는 접근하기 편한 사건이다. 한상희 교수는 "쉬운 사건을 선택하려면 공수처를 왜 만들었나"라며 사소한 사건을 맡아서 처리한다면 경찰에 조직을 하나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또한, 이 사안을 감사원이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혐의 내용을 변경해서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법조계 일각에서는 하고 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21년 동안 8개 시·도 교육청의 민주화 운동 관련 특별채용 교사는 56명이다. 지금 공수처가 수사해야 할 대상은 학교 민주주주의와 진보교육을 싹틔우기 위해 노력해온 교사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교육감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공수처에 특별한 지위를 준 이유는, 검경이 손대기 힘든 권력형 부정비리나 자신의 잘못(검사의 범죄 등)에 칼을 대기 위함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온 검찰과 고위공직자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답게,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혹여 진보교육감이 절대다수인 현실에서 다가오는 차기 교육감 선거에 진보교육감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어 정치에 관여하는 의심을 공수처는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공수처 출범 취지와는 무관하게 가장 힘없는 교육계 조직의 수장, 스스로 자신들의 실력을 믿지 못해 가장 손쉬운 사건을 1호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의 의심을 스스로 거둬들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