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박찬웅 칼럼리스트] 뜻밖의 미식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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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박찬웅 칼럼리스트] 뜻밖의 미식가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6.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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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요리에 대해 잘 알고, 맛집 사진이나 글을 SNS에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은 요리가 여러 가지 이유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고, 과거에는 대표적인 3D직업이었던 요리사가 각광을 받고 요리책이나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는 사람을 미식가”(美食家)라고 하는데 미식가라는 말은 사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쓰였던 말은 아니고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드라마들 통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프랑스어로는 구르메(gourmet [ɡuʁ.mɛ])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구루메(グルメ) 라고 한다. 원래는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의 뜻이지만 비싸고 맛있는 고급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의 이미지가 더 크다.

'음식에는 제대로 먹는 방법이 있다' 던지 더 나아가 '음식은 먹는 예술이다' 는 철학을 가지고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 또한 미식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음식에는 먹는 순서가 있다든지, 음식마다 고유의 먹는 방법이 있다든지, 이 음식에는 어떤 그릇을 써야 한다든지, 어떤 음료나 술을 곁들여야 제 맛이라든지 하고 주장하고 음식의 효과, 상호 조화 등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음식을 많이 먹거나 탐하는 대식가탐식가들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인물들 중에는 아! 이분도 미식가? 라고 할 수 있는 뜻밖에 미식가들이 많은데 세종대왕은 그중에서도 육식전문 미식가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 들 광적으로 좋아하여 조선 국왕 기준으로 봐도 풍족할 것으로 추정되는 식생활을 즐겼다. 특히 육류 없이는 식사를 못 할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얼마나 고기를 좋아했던지 아버지인 태종이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주상(세종)이 고기가 아니면 식사를 못 하니 내가 죽은 후 상() 중에도 고기를 들게 하라"고 했을 정도였고

신하들과 같이 식사들 하다가 연회에 올라온 고기가 신하들보다 본인의 고기가 적게 나온 것 같아 크게 화를 내기했다고 한다. 요즘도 그렇지만 고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탄산음료인데 세종께서는 지금도 유명한 충청도 청주의 초정리와 목천 탄산수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충정도 관찰사에게는 해질녘에 탄산수를 채취해서 파발마를 통해 다음날 아침에는 꼭 한양 궁궐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고, 경기도 관찰사에게는 탄산수가 경기도에서도 나오는 곳이 없는 찾아보도록 지시할 만큼 탄산수를 좋아했다고 하니 세종대왕의 고기와 탄산수 사랑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로인해 요즘으로 말하면 성인병인 비만, 당뇨, 안과질환 등으로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중국 삼국지에 조조 또한 알려지지 않은 미식가였다. 조조는 처세, 용병, 지략 등에 있어서 권모와 술수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특출한 재주와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그중에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계절에 따른 먹을 것과 만드는 방법에 기록인 사시식제(四時食制)라는 글을 지었는데 내용을 보면 "성도(成都)의 북동쪽 비()현의 논에서 기르는 누런색 비늘과 붉은 꼬리를 가진 작은 물고기는 국물 양념을 만드는 데 쓴다."등과 같이 물고기의 산지, 크기, 형태, 습성, 양식,

요리방법들이 적혀있다. 그리고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헌제에게 자신의 고향에서 만든 구온춘주라는 술을 진상하면서 주조방법인 구양주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때부터 역대 중국황실에 진상주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중국의 대표적인 명주로 유명해졌다.

중국에는조조닭이라는 우리나라의 삼계탕과 비슷한 요리가 있다. 조조가 전쟁 중에 과로하여 몸져누웠는데 의원들과 요리사들이 닭에 각종 한방재료를 넣은 요리를 먹은 조조가 서서히 기운을 차리고 나서부터 즐겨 먹었다고 하여 조조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렇게 역사적 많은 인물들이 자신의 업적과 사건들로 유명하지만 그들이 좋아했던 요리와 음식이 역사를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위대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에게도 먹은 것은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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