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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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3.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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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본질에 대한 답변은 결국 삶에 대한 물음에서 비롯된다
 

예일대학교 철학교수인 셀리 케이건은 그의 저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명료하게 시도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하고 강의해 왔지만, 일반인들이 원하는 답변을 시원하게 내놓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다만 그는 물리주의적 관점에서 죽음에 대해 자신의 논변을 설득력 있게 구사해 내는 것을 넘어 독자들로 하여금 논증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철학이 갖는 중요한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즉 이성적 사유 활동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도 확보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유 지평을 확장해 낼 수 있는 근거가 이성적 사유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철학은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다. 이 책 역시 철학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니다.

철학 관련 글을 읽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적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식의 기준에 견주어서 이 글을 읽을 경우 내용에 대한 이해는 물론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비록 없다고 해도 논증과정을 좇아 집중해서 접근해 나간다면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철학적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책의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가 죽음에 대해 떠올릴 때, 매우 복잡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몰려오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육신의 죽음을 우리의 영혼 혹은 정신과 분리하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며, 또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의 이면에는 육신의 죽음은 자명한데, 육신의 죽음과 별도로 우리는 영원히 의식하고 사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는 철학적 견해가 심신이원론인데, 이 견해에 따르면 마음(정신)과 육체는 서로 별개이되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는 견해로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육신의 죽음이 곧 정신의 소멸이라는 생각에 선뜻 동의하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의 소박한 희망을 잘 담고 있다.

반면, 이와 상반되는 견해는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으로 우리의 정신이 육체와 별도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사실상 우리의 근거 없는 확신이거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 가운데 대표적인 이론이 물리주의에 기반 한 기능주의인데, 기능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한 기능을 물리적으로 수행하는 존재로서 우리의 정신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능을 물리적으로 수행하는 데 따른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창조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놀라운 기계인 셈이다. 이 경우 죽음이란 곧 육신 그 자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셀리 케이건 역시 이 입장에 서서 삶이 제공하는 축복을 끝까지 누리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견해를 받아들이건 우리는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죽음의 필연성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살지 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가변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우리를 괴롭히고 두렵게 만드는 것은 삶을 아름다운 것으로 동시에 죽음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기인한다.

물론 분명한 것은 삶이 끝난 다음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은 상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삶의 가치와 죽음의 가치와의 함수관계를 설정하고 그 관계가 지니는 본질을 들여다보았을 때, 진정한 의미의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삶이 무엇이냐는 제자의 질문에 대해 “삶이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라고 답변하고 있는 반면, 셀리 케이건은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두 결론을 곰곰이 음미해 본다면 결코 서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죽음에 대한 물음은 결국 삶에 대한 물음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이다. 죽음 자체에 대한 물음을 삶과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일 때,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홍병선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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