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등 기행문 형식… 이중환 ‘택리지’ 섬 버전
[목포시민신문=유용철기자] 이재언 목포과학대 연구원이 전국 유인도 탐사 결과물을 담은 ‘발로 쓴’ ‘한국의 섬’ 시리즈를 발간해 화제다.
지난 1991년부터 30년 간 전국 447개 유인도를 3번이나 탐사한 이재언(69·필명 이섬) 목포과학대학교 해양산업디자인사업단 섬 해양선임연구원은 1990년 봄, 고향인 완도군 노화도 주변 14개 섬에서 선교 활동 겸 복지 사업을 하다 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글을 쓸 때도 실명 대신 ‘이섬’ 이라는 필명을 쓸 정도다. 이 연구원은 등대 1호와 등대 2호를 직접 몰고 선장 겸 항해사가 돼 전국의 섬을 탐사했다.
섬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던 시기에 섬 탐사는 순탄치 않았다. 탐사선이 바다 한 가운데서 고장이 나 해양 경찰 경비정에 아홉 차례나 견인되기도 했다. 2011년 5월7일 고장과 안개로 인해 경비정이 하루에 세 번이나 출동했으며 항해 중 배가 좌초되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항공사진을 얻기 위해 띄운 드론이 거센 바닷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한 일도 6번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 연구원은 전국 섬 답사를 모두 마쳤고 그 결과물이 이어도 출판사가 2015년 펴낸 ‘한국의 섬’ 시리즈(13권)다.
이 책은 우리나라 유인도서 총 446개 섬을 대상으로 역사, 문화, 인문, 사회, 지리, 민속, 주업, 여행지 등의 자료를 모아 기행문 형식으로 엮었다. 이중환 ‘택리지’의 섬 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 책 1쇄를 집필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한국연구재단,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재정 후원을 했다. 이 책은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재됐다. 2쇄는 이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목포과학대학교 해양산업디자인사업단에서 도움을 줬다.
최근 섬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지리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8월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하고 2019년 제1회 대회는 목포, 2회는 올해 통영, 3회는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개최한다.
오는 8월엔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한국섬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섬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섬의 백서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섬’이 섬에 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이 저술한 책은 교육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섬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는 전남도교육청은 이 책의 1쇄 3천97권을 구매해 관내 섬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2쇄는 한 권 당 적게는 20장 많게는 60장 정도의 사진을 교체하면서 수정 보완했다. 1쇄가 나온 지 4-5년이 지난 만큼 섬을 다시 방문해 달라진 정보를 반영했다.
또한 항해일기를 추가해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관련, 위험과 모험, 도전 정신 등 흥미로운 대목을 수록하고 있다.
이 연구원이 다녀본 447개의 유인도중 가장 아름다운 섬은 어디일까?
이 연구원은 “아름다운 섬이 너무 많아 꼽기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여수 백도와 홍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 등에 따라 아름다운 섬의 기준이 다를 것”이라며 “많은 섬을 다녀보고 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