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동신대 조준교수] “두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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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동신대 조준교수] “두 가지 질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8.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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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교수)

[목포시민신문] 요즘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집에서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모든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원치 않는 삼식이(집에서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불편한 점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던 탓에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위안이라면 위안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한 10년전에 보았던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인상이 깊었던 영화였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보셔서 아시는 것처럼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병상에서 벗어나 죽기 전 해보고 싶던 일들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드라마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연기파 노장 배우들의 출연하여 열연을 펼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외에는 너무나 다른 환경과 처지를 갖고 있다. 자동차 수리공으로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카터와 그가 입원한 병원을 비롯한 많은 회사를 거느린 재벌 사업가이지만 방탕한 에드워드. 단 한번도 아내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 한번 피워본 적 없는 카터와 달리 에드워드는 인생을 즐기며 네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거듭했다. 카터는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에드워드는 그의 비서외에는 병문안 오는 사람조차 없다.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는 너무나 다른 서로에게서 너무나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버킷 리스트(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즐기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기 등등.

필자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들의 마지막 여행 중 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 두 사람이 나누었던 이야기 중 영혼과 천국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것이다. 피라미드 정상에서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고대 이집트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신화 하나를 들려준다.

고대 이집트사람들은 사람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다고 믿었고,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었다네. 문제는 누가 천국에 들어가느냐 하는 것인데, 사람이 죽어 영혼이 하늘에 가면 신은 모든 영혼들에게 다음과 같은 똑같은 두 가지 질문을 하고, 그 대답에 따라서 천국에 갈지 말지가 결정되었다고 하네. 첫 번째 질문은 살면서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라네

그리고 나서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해보라고 요구한다. 카터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였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후회없이 인생을 즐기고 살았지만 그의 이웃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딸에게조차 고통을 준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집트인들의 신화처럼 만일 내가 죽어 영혼이 하늘로 갔을 때 나에게 그런 질문이 주어진다면 선뜻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 자신 있게 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최소한 우리 가족에게만이라도 기쁨을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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