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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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3.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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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


▲이성관 전남문협회장
1.풀꽃시계

꿀벌들 닝닝대는 햇살 고운 봄뜨락토기풀 꽃을 꺾어 팔목에 걸어두면
온몸에 향기가 돌아 날아드는 벌 나비

클로버라고도 불리는 토끼풀이라는 식물을 아시는지요. 아마 토기들이 좋아하여 토끼풀이라고 일렀을 이 풀이 봄이 되면 줄기를 주욱죽 뻗어가며 신작로며 시냇가 들길 등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그랗고 새하얀 풀꽃입니다. 귀엽고 순할뿐만 아니라 오물오물 풀을 먹는 모습이 하도 예뻐 예전엔 시골 아이들이 스스로 기르기를 참 좋아하는 가축이었지요.이 풀꽃을 두 줄기 꺾어 꽃받침 바로 아래 줄기의 가운데를 손톱으로 조그마한 공간을 내어 다른 꽃줄기 끝을 거꾸로 끼워넣어 자신의 팔 또는 친구나 가족 누군가에게 채워주며 함께 웃음을 나누곤 했던 풀꽃시계!
그런가 하면 이 풀꽃은 꽃을 받치고 있는 잎줄기의 겹잎이 3개인데 드물게 네 개의 겹잎은 달고 있는 잎줄기를 만나면 행운을 상징한다고 전해지고 있어, 길을 걷다 친구들과 토끼풀을 만나면  행운을 찾기 위하여 풀밭을 헤매곤 하였는데, 지금도 이러한 정겨운 모습은 종종 만나볼 수 있답니다.

저, 여기 있어요/ 여기, 여기요.
속삭이듯 속삭이듯/ 들리는 소리
돌아보면 빈 하늘/ 초록바람에
발길 다시 되돌리면/ 여기, 여기요//

소리가 들리는 곳/ 들길, 언덕길.
밤하늘 별빛처럼/ 피어있는 꽃
오라, 너였구나!/ 손을 흔들면
풀꽃들 입을 모아/ 노래불러요
       (풀꽃의 노래. 정보형 곡)


2. 우물

두레박에 담겨오는 푸른 하늘 새소리
또아리 튼 동이 가득 하늘을 길어가도
우물엔 그냥 그 하늘 놀다가는 흰구름

수돗물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예전엔 마을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엄마 누나들은 이 우물을 길어다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곤 하였지요. 도기陶器로 만들어진 꾀 무겁다고 느껴지는 물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또아리를 정수리에 받치고는 물 위에 바가지를 띄워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우물을 담아 오가곤 했던 우리들의 엄마 누나들. 물동이를 이고 걷다가 몸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물이 흘러내려 옷이 젖는가 하면, 어쩌다 발이라도 헛딛는 날이면 물동이가 박살이 날수도 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을 물동이. 빨래에 길쌈이며 농사 청소 등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에 물긷는 일까지도 이렇게 자유롭지 못했으니 생각하면 참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넉넉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시골 인심처럼,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고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던 신비의 샘 우물!
더러는 그곳에서 방망이를 두들이며 빨래도 하면서 마을이며 이웃 동네 우체통 역할을 하는가 하면, 골목길에서 신나게 놀다가 목이 마른 아이들은 바가지나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벌컥벌컥 들이키며 누가 넣어두었는지 수심이 낮은 우물 속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붕어)를 보기 위하여 심심하면 찾아가 들여다보곤 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는 마을의 공동우물이 어제런 듯 그리워집니다.


3.산신령

지팡이 허연 수염 산 울리는 그 음성
바람처럼 구름처럼 산길을 누빈다지?
시방은 어느 산길을 둘러보고 있을까

우리의 토속신앙에서는 집안을 지켜주는 성주신. 부엌을 지켜주는 조왕신, 심지어 칙간(변소)을 지켜주는 측간신을 비롯하여 마을 지켜주는 당산신 등 모든 장소나 지역을 지켜주는 신이 있다고 믿어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산을 지키고 있는 신은 산싱령이라고 일렀지요.
그리고 산신령은 사람이 아닌 신이기에 아무리 높고 험한 곳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 곳이든지  천지사방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오갈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구요.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는 마을 뒷산에 단을 차려두고 “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소원을 기원하기도 하였답니다. 그리고 신령님은 옛날 암행어사처럼 이곳저곳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심판관 구실도 하였으니, 도끼를 잃고 상심해 하는 마음 착한 나무꾼에게 상을 내리는 등 착한 이에게 상을 주고 행실이 바르지 못한 이들에겐 벌을 내리기도 하였다는 산신령.
전해오는 얘기일 뿐 만나볼 수는 없지만 어쩌면 우리들 할아버지처럼 손자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실 것만 같은 산신령을 만나볼 수는 없을까요.
만나서 어리광도 부리며 신나는 산속 얘기를 들을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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