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도시의 광장(廣場, Square)을 생각해 본다. 광장은 도시 중심부에 있으면서 공동체 모임, 시민운동, 정치 집회, 콘서트 등 다기능의 다채로운 대중 활동의 공간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Agora)는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고, 이후 도시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광장이 세워졌다. 로마에서는 광장을 포럼(Forum)이라고 했다.
광장은 시민, 공동체의 활동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때는 제국주의, 군사독재의 전시장, 처형장으로 역할하기도 하였다. 서울 여의도 광장, 평양 김일성 광장, 북경 톈안먼 광장 등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여의도광장은 한때 ‘5.16광장’이라고 했다. 당시 북한 군사력에 대항하고자 5.16광장에서 1971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현대를 살면서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것은 군사독재시대 있었던 수많은 민주항쟁이다. 그 결정적인‘5.18광주민주항쟁’의 발상지도 전남도청 앞 ‘광장’이었다. 다른 나라들 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광장’은 대중의 소통과 혁명의 공간으로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소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역 앞이나 도심에 작은 광장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태리 도시의 경우, 피아짜(Piazza)라는 간판만 보면서 걸으면 무조건 도시의 중심, 광장으로 가게 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교회나 성당을 중심으로 광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간판만 잘 보면 원위치에 되돌아 올 수 있다. 밀라노와 피렌체에 있는 ‘피아짜 델 두오모 Piazza del Duomo’는 각각 대성당을 중심으로 조성된 대규모 광장이다.
이런 큰 광장 외에도 소규모 마을에 가도 광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오픈 마켓이 펼쳐지고, 카페가 열리고, 소규모 음악회가 개최된다. 이때는 그 마을에서만 생산하는 수제 맥주, 소시지, 빵,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인 것이다. 어촌 마을의 경우, 싱싱한 생선도 팔고, 생선도 구워서 수제 맥주와 한잔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자유롭지만, 질서 있고, 청결하며, 또 상호 배려하는 정신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왔다.
얼마 전에 전남 광주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행사가 있어서 찾았다가 마침 ‘재단법인 숲과 나눔’과 ‘마르쉐’가 함께 하는 에코상품 전시장이 있어서 주최 측의 소개를 받았다. 코로나 상황이라 방역 지침을 준수하느라 실외 마켓에서도 체온 측정하고 차분하게 매장에 입장하는 시민들, 직접 제작한 공예품이나 식재료 등을 파는 주인들의 자상한 멘트, 사람은 많지만 질서 있고, 조용한 분위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진적인 시민정신을 읽었다.
옛날 독일이나 유럽의 마을에서 느꼈던 부러움을 광주의 한 광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현대에 들면서 우리나라에도 크고 작은 광장이 생겼다. 아마도 제일 익숙한 것이 역 앞 광장일 것이다. 만남의 장소가 주로 역전(驛前)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항구도시에서 대규모 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좁고 긴 공간에 부두와 선박 수리공장, 거주지 등 필수 이 세워져야 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광장을 조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항구도시 중에서 시민에게 광장을 허락한 곳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목포에는 평화광장을 비롯해 몇 개의 광장이 있다. 주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평화광장을 찾아와 음악분수와 레이저 쇼를 본다. 이 평화광장에 광주에서 보았던 작은 에코 전시회 같은 것이 주말 상시 열리면 어떨까.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광장 활용에 대해 시민들이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코로나 상황이 저물어 가면,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평화광장에서 모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질 것이니 차원 높은 활용에 대해 논의해 보면 어떨까 생각된다. 광장(Forum)에서 광장(Square)을 생각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