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 황호림과 함께 하는 목포의 풀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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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 황호림과 함께 하는 목포의 풀꽃나무
  • 황호림
  • 승인 2013.04.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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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인고의 세월 “얼레지”
 ▲ 얼레지

[목포 시민신문 = 황호림] 얼레지는 좀 특별한 꽃이다. 어떤 시인은 한 송이 국화가 꽃을 피우기까지  소쩍새의 울부짖음과 천둥소리와 무서리를 빗대서 치열한 생명창조의 역정을 노래했다. 그러나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 겪어야 하는 시련은 얼레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얼레지는 씨앗에 싹이 나서 꽃이 피기 까지는 적어도 7년 이상 걸리는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레지가 핀 곳은 수년간 파헤쳐지지 않은 건강한 숲으로 볼 수 있고 이런 곳에서만 얼레지가 자란다. 

 얼레지는 백합과에 속하는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환경에서 자라는 키 20~30cm의 다년생 구근식물이다. 비늘줄기는 땅속 깊이 들어있고 녹색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 두 개의 잎은 수평으로 펼쳐지고 그사이에서 나온 1개의 꽃줄기는 3~4월경 한 송이의 분홍색 꽃을 피운다. 얼레지는 잎과 꽃에 마치 피부병의 일종인 ‘어루러기’에 걸린 것처럼 알록달록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얼레지의 꽃은 하루에 세 번 변신을 한다. 햇볕이 들기 전에 고개를 푹 숙이고 꽃잎을 오므린 모습은 수줍은 시골처녀가 연상 된다. 이윽고 꽃잎이 활짝 펴지면 범접 할 수 없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지만 다소곳한 모습이다. 그러나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 꽃잎이 뒤로 말려서 젖혀지면 도시처녀의 도도하고 콧대 높은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다. 얼레지는 성장이 아주 더딘 식물이다. 두 개의 잎에 한 개의 꽃이 핀다. 잎이 한 개면 꽃이 피지도 않는다. 두 개의 잎으로 1년 동안 필요한 양분만을 생산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이 처럼 아름다운 우리 꽃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나물로 먹는 것을 삼가 해야 한다. 잎을 따버리면 생명을 부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사람들이 간섭을 하지 않아도 덩이줄기에 저장된 녹말성분을 먹기 위한 멧돼지의 습격도 벅차다. 

글과 사진 : 황호림 (숲해설가 / 목포기독병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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