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 김대중] 수능 유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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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 김대중] 수능 유감(1)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1.26 1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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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 김대중

[목포시민신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모든 수험생과 교직원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아니, 모든 수험생과 예비수험생 여러분, 모든 학생과 학부모님,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제가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는 대한민국의 교사였고, 교육개혁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지금의 대학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어깨를 무겁게 할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미래사회의 역량을 배우는 교육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제도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대학입시제도는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수능 폐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길어져서 세 차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문제를 살피고, 다음엔 교육과정 설계와 작은학교 살리기, 마지막으로 입시제도 개선책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무책임 속에 병들어가는 입시 -

수능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입시제도를 언급했습니다. “수능을 두 번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수시를 폐지하겠다.”고도 말한 정치인도 있습니다. 제발 부탁하건데 이런 무책임한 말로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흔들지 말아주십시오.

사실상 정치인들의 이러한 입시제도 개선책이 오늘날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어떻게 대학을 가야하는지에 몰두한 결과입니다. 배움에 대한 고민 없이 입시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경쟁과 서열만 남고, 배움과 평가의 엇박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편에서는 입시제도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입시제도를 건너 불구경으로 만들고, 술자리의 안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이며, 입시제도는 그 과정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더 아쉬운 것은 입시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교육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입시제도가 엉망이라는 것을 교육감이 모를 리 없습니다. 모른다면 그거야 말로 심각한 일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면서 정시확대를 발표하는 교육부의 정책을 보면서도 그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 교육감들의 침묵 속에 학생들만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 진퇴양란 대학입시 -

현행 입시제도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수능위주전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고교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수도권 주요 대학 선발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학에서 고교 내신 성적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 간 학력의 격차가 심하다고 보는 것이며, 지방 학생들에게 유리한 교과전형을 확대하고 싶지 않은 대학의 속마음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입니다. 사실 더 안타까운 것은 고교 내신 성적을 학부모들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육계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인재선발의 다양성을 이유로 만들어진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최근 부의 대물림과 불공정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격차, 소위 부모 찬스가 학종의 근본 문제가 아닙니다. 선발의 기준과 원칙이 고스란히 대학에게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대학에서는 여전히 고등학교를 서열화하고 학교를 차별한다는데 있습니다. 대학은 극구 부인하지만 고교등급제가 사라졌다고 믿는 학부모는 없습니다. 그만큼 지역 간 학력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논술전형은 사교육 문제로 가장 시끄러웠고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형입니다. 논술전형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논술전형을 대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시험의 방식을 먼저 정해놓고 학교가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배우지도 않은 것을 평가하는 방식인 셈이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있습니다. 평가에 앞서 먼저 배움의 목표와 방법을 설정하고, 배움의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 교육 당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학생들은 어떻게 배워야 하고, 그리고 나서 이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논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 논술 평가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선발의 기준이 대학에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되어왔던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이 수능입니다. 수능은 모든 학생들을 정량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능이야 말로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조장합니다. 그래서 지역 간 교육격차가 심화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문제풀이와 암기위주의 교육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며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교육의 내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선발 방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량평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량평가는 공정해 보이는 반면 서열화를 부추기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방해하는 평가방식입니다. 그렇다고 신뢰하지 못하는 정성평가를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학교 평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나면 점차 정성평가를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점만 나열하다보니 답답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입시제도가 지금 이렇습니다. 물론 각각의 입시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해결책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입시제도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점들은 바로 이런 대목들입니다.

첫째는 배움의 목표와 과정, 평가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심각한 학력격차를 해소하고 학교의 서열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뢰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만큼 어려운 문제이고, 어느 누구도 쉽게 해결책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나름의 고민이 있지만, 무책임하게 제 생각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툭툭 던지다보면 혼란만 가중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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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2022-01-20 09:33:04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대전환 이재명이 합니다.
전남교육 대전환 김대중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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