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 김대중] 수능 유감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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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 김대중] 수능 유감 두번째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2.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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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정상화를 위한 저의 생각을 정리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주에는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목포시민신문 누리집에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읽어보시면 아래의 글이 더 쉽게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교육과정을 정상화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이제 다시 출발 -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출발점은 배움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 국가의 인재상, 교육의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지금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배움과 지식의 내용과 형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20년 전만해도 지식은 도서관에 있었고, 책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당연히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우대받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지식은 포털사이트에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매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세상입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암기능력과 계산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바보 같은 교육입니다. 지식을 찾아내고 조합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생각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민주적 리더십으로 소통하는 능력 등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키우는 교육, 이것이 바로 국가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배움의 과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학교는 이러한 배움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양한 체험을 하며 세상을 배우고, 협력과 배려로 인성을 기르고, 융합적 사고로 창의력을 키우며, 함께 문제를 설계하며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고다행히도 지금의 학교가 이런 모습들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기는 합니다. 여기까지는 나름의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전남의 작은학교는 이러한 변화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대학입시제도, 특히 수능 때문입니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사교육을 받으며 선행학습을 해야 하고, 창의력과 인성보다는 문제풀이가 더 우선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작은학교는 위협받고 있으며, 사교육이 교육을 주도하게 됩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입시제도가 잘못된 것이지, 배움의 과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시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배움의 과정을 입시제도에 맞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육력을 회복하고 미래를 살아갈 역량을 키워야지, 학교를 통합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입시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진학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 작은학교 살리기 -

입시제도 개선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모든 생각을 짧은 글에 담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몇 가지는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작은학교 살리기입니다. 이 문제를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은 작은학교가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전남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위기로 내몰리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작은학교가 현행 입시제도 때문에 외면 받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근본 이유는 아닙니다. 학교에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더 큰 문제이며, 교육청이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어쩌면 해법을 알면서도 두려워서(?)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학교의 교육력을 높여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교육력은 단순히 학력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말하는 것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학교급별 교육과정에 따라 각각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작은학교 살리기는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리는 운동이 아니라, ‘미래형 맞춤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혁신 운동이어야 합니다.

전남에서도 교육력을 높여 작은학교를 살려 낸 경험이 있습니다. 시작은 초등학교였고, 그 열기가 한참 뜨거워졌습니다. 순천에서, 해남에서, 그리고 전남의 많은 작은학교에서 희망을 일구었던 것은 교사의 열정 덕분이었고, 학교의 교육력은 교사의 열정을 앞서 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동력이 주춤한 모양새를 보이더니, 전남교육청은 결국 통폐합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교사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고, 교직원의 열정은 점차 식어가고 있습니다. 전남의 작은학교에서 희망을 만들었던 교직원들의 열정이 왜 이렇게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지, 교육청은 책임 있는 고민을 해야 하고 분명한 답을 해야 합니다.

또한 안타까운 점은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의 작은학교 성공사례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교육력 제고에 성공한 모범 사례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안학교(인성중심특성화중고등학교)의 모델 들입니다. 수업방식의 다양화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강화, 체험활동과 창의인성 교육 프로그램, 방과후교육과 동아리활동의 내실화 등으로 교육력을 높인 학교들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를 모델로 많은 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추진했지만, ‘가고 싶은 학교가 되었다는 평가를 찾아보기는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대안학교가 탄력적인 교과목 편성을 보장받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반면, 일반학교는 법적 테두리에 갇혀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해서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초고 학교급별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성장과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운영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작은학교를 살려 미래교육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며, 전남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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