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부서져가는 멘탈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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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부서져가는 멘탈 관리법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1.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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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뭉툭한 연필이어도 나는 괜찮았다.

글자를 쓸 수 있었다. 밑줄을 그을 수 있었고 중요한 부분을 표시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깎이지 않았다고 해서 전혀 쓸모없는 몽땅 연필이 아니었다. 그렇게 연필에게 위로를 받는다.

언제나 날카로울 수는 없다 늘 반듯하고 꼿꼿하기만 하다면 너무 피곤한 인생이 될 테니까. 어떤 날은 뭉툭해도 괜찮다. 잘 부러진다고 해서 연약한 것도, 글자가 못생기게 써지는 것도 아니었다.

-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중에서

벼랑 끝에 놓인 마음이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단순한 말로 불쌍해 보인다는 게 아니었다. 손아귀에 사탕을 그러쥐어야만 성에 차는 아이처럼, 손가락만 빠는 꼴이었다. 초조해지지 말자고, 조급해지지 말자고 하는데도 눈에 보이는 지표와 결과가 마음을 되레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긴데, 지금 당장 성공을 누릴 것에만 급급해 있었다. 그게 뭐라고, 성공이 대체 뭐라고.

마음이 급해질 때는 어떤 걸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늘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런 순간에는 뒷전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 지금 당장 피부에 와닿는 차가운 현실적인 문제들을 치우고 싶어 했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시간이 되었든 말이다. 물질이나 시간적인 것들은 바로 당장 채워지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지 않는 이상.

머릿속에 창이 있다. 그 창을 꽉 걸어 닫은 채, 같은 문제에 대해서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내가 돈이 없어, 내가 상황이 너무 힘들어, 시간이 없어, 너무 촉박해. 이런 생각들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바깥이 무척 춥고, 눈이 떨어지는 계절이래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쓸데없이 복잡한 머리를 환기시키고, 잠시 숨을 고르게 쉬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뒤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고립된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일 테다.

현실적인 문제, 그런 시간적인 문제에 골몰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해놓고서도, 연약한 마음인지라 매번 틀어졌다. 잘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었을 때였다. 그런 성과가 있을 때는 자신감도 넘쳐서 어딜 가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그 지표가 고꾸라지는 순간, 얼굴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그동안 그토록, 결과에 실망하지 말자고 해놓고선. 열심히 산다고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마음이 어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창문을 열고 숨을 고르게 내쉰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촉박한 것인지를 떠올려본다. 그동안 내가 방만했던 것은 아닌가, 여유가 넘쳐났던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열심히 한 것 밖에 기억이 안 난다면, 혹시 방향이 틀렸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른 이들은 다 앞서 잘 걸어가고 있는데, 나만 도태된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내 버리려고 노력한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남들이 가는 방향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지도 않았다. 뿌리를 보면 같은 방향처럼 보였지만, 위로 뻗어가는 가지들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보이기도 했다. 반드시 누군가의 꿈을 좇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했다.

찬바람을 맡으며 불안한 기분들을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괜찮아졌다. 있다가도 없는 것이 그런 물질적인 문제 아니겠는가.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것이고, 나쁜 날도 있는 법이다. 몸도 영혼도 말라죽지 않으려면,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살피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테다. 꾸준히 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만 중요한 세상은 스러지고 있다. 열심히만 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열심히 해야만 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그걸 파악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고 차가워진 몸을 비볐다. 이제는 몸도 정신도 다시 뜨거워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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