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방향을 찾았다면, 걸어가는 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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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방향을 찾았다면, 걸어가는 건 자신의 몫이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2.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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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동생들에게 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 찰나의 시간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남들은 허황된 꿈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품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직장에 발 묶여있지 않은 지금, 이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텅 빈 응원같이 보였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중에서

오랜만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연히 집 근처에 왔는데 언니가 생각나서 연락했단다. 허심탄회하게 얘기나 한 번 털어보자고 잡은 약속이었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시간은 서로에게 말 못 할 비밀만 만들었다. 털어놔도 딱히 문제가 없는 말들을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구하며 지냈다. 꼭 해야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꼭 감추고 있을 만한 일도 아닌 것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의 고민들부터 털어냈다. 이때 언니는 어떻게 했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대단한 악력으로 서로를 붙잡았다.

꼭 감춰두었던 계획들을 우박처럼 쏟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은, 타인에게 나의 계획이나 고민, 걱정들을 털어놓는 게 늘 부담이었다. 나의 걱정만큼이나 쓸데없는 말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것들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슴속에 끙끙 앓다, 힘들면 한 번씩 글 속에 털어놓는 것이 나의 스트레스 관리법이었다. 그런 감정과 스트레스를 마음 놓고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동생이었다. 동생도 나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꽉 막혀 있었던가. 동생을 만나자마자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 이야기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혼재했다. 그 속에는 담담한 척했지만 애써 억누르고 있던 불안감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그래도 언니는 글을 잘 쓰잖아?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그런데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글을 잘 쓰고 있는 건지. 단순히 내가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가르치고 글을 잘 쓴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그래서 자꾸만 검증받고 싶어 했던 것 같아. 끊임없이 필사하고, 작품을 투고하고, 책을 읽고 분석해. 어떤 날은 영화를 보고 있어도, 구성을 해체하는 내가 보이더라. 그래도 아직까지 불안해. 내 실력에 대해서도 말이야. 정말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는지를.

내 이야기를 듣던 동생은 무릎을 딱 쳤다. 자신도 언젠가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말이다. 그럴 때 동생도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단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동생은 두려움 따위는 다 내려 앉히고, 당당함으로 무장한 채 나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걸 견뎌냈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동생이 자신의 실력 증진을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해왔는지 눈으로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힘들겠다. 아무래도 언니는, 지역 한정이 아니라 전국의 독자들을 보고 하는 거잖아? 책이라는 게 말이야.

그런가. 밥벌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아직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자신감 같은 게 부족한 것 같아. 당당해지려면 나에 대한 확신부터 갖는 게 필요할 텐데 말이야.

이미 나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방황하다 최근에서야 방향을 찾게 된 것이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꾸준히, 꽤 오래 버텨 나갈 것.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은 오히려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랐다. 조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일찍 해결되는 일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차분하게, 들뜨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데, 그래도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향은 알고 있다. 불안할 때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여 두려움을 없앤 동생처럼, 나도 언젠가 내 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 날이 올 것이라는 걸. 그때까지 조급하게 생각하며 자책하기보다는, 뭉근한 마음으로 나를 가꾸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답은 알고 있으니까. 그걸 이끌어가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 마음을 또 견고하게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흔들리지는 않지만, 가끔씩 지칠 때가 있다. 그러나 지쳐있으면 더 느리게 돌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지칠 때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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