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열혈청춘, 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도전기⑤]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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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열혈청춘, 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도전기⑤]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2.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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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둘째 날은 40km를 달리게 되었다. 전 날 의료진이 매 체크 포인트마다 물집 터진 발가락을 치료 받으라고 했다. 유독 더운 날씨였고, 신발이 작아서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이 날은 같은 한국인 참가자 하영님과 동행 했는데 내가 유독 힘들어 했다. 결국 체크 포인트에서 의료진이 내 신발 바깥쪽을 칼로 터줬다. 한결 나았고 발이 많이 부어 칼로 튼 사이로 새끼발가락이 튀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멘탈이 많이 무너졌지만 같이 힘을 냈다. 남은 체크 포인트에서 시간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시간 안에 가야만 한다고 치료를 거부했다. 울면서 남은 10km를 쉬지 않고 갔다. 덕분에 타임아웃 되기 몇 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자마자 치료를 받는데 양쪽 발가락의 물집이 엄청 커져 있었다.

치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 날은 캠프파이어를 했다. 불꽃을 보는데 아프던 고통이 잠시나마 잊혀졌다. 밤에 사막의 밤하늘을 보니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일찍 잠이 들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밤하늘을 보며 일기를 썼다. 간절히 성공하고싶다. 내일도 파이팅해보자. 등등 스스로를 위로했다. 셋째 날 45km는 내 인생에서 처음 도전해보는 기록이었다. 나는 사실 이 날이 제일 힘들었다. 이 날 나름의 전략을 썼다. 이미 많은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자는 생각. 그래서 한 명을 잡고 같이 가기 시작했다. 앞서 나갈려고 할 때면 마음을 다 잡고 힘을 비축했다. 그리고 마지막 체크 포인트를 지나 캠프로 향하는 남은 10km에서 추월을 했다. 3km 정도는 정말 빠른 속도로 가서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막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앞뒤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7km가 남은 시점부터 모래가 푹푹 들어가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아 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달렸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 소리를 질렀는데 코너를 도니 자원 봉사자분들이 물을 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조금은 부끄러웠다. 물을 보충해주셨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주셨다. 동기부여를 얻고 남은 2km 지점 즈음에 나는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태극기를 목에 걸었다. 걷다보니 캠프가 결국 보였고 무사히 타임아웃을 지킬 수 있었다. 넷째 날은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한 명씩 이겨 나가보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놀라워했다.

조금씩 성장해 나갔기 때문에. 드디어 다섯째 날 68km 롱데이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과 동시에 신발이 작아 칼로 트다가 손을 칼로 베었지만 다행히 다른 참가자가 도와줘서 잘 출발할 수 있었다. 오히려 좋았다. 나쁜 피가 몸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느라 조금 늦어져서 마지막으로 가고 있었다. 근데 다들 핑크색 깃발을 따라가지 않고 빨리 가려고 발에 부담이 주는 길로 가는 것을 포착했다. 나는 뭔지 모르게 깃발만 따라 가보자 했는데 오히려 나은 길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힘들 때 마다 가족들, 하나님, 친구들, 그리고 신념을 생각하며 계속 달렸다. 45km 지점에서 저녁을 먹고 갈 수 있었다. 그 날 먹은 국수와 커피는 잊지를 못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이었다. 45km 지점에서 다시 출발했을 때는 발에 핏줄 하나하나가 너무 아팠다. 한계를 깨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한 시간 정도를 고통스럽게 걸었을까 이내 적응을 해냈고 나는 다시 나아갔다. 밤이 되었고 랜턴을 키며 걸었다. 걷다가 지치기도 하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자원 봉사자가 발견을 하고는 나보고 괜찮냐고 계속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자서 군가를 부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계속 자신을 컨트롤 해 나갔다. 오전 8시에 시작해 밤 1120분 경 나는 68km를 완료하고 도착했다. 몸이 만신창이었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여섯째 날은 모두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7일 째, 남은 거리는 5.8km였다. 이 거리는 기존에 뛰어보기도 했고 쉬지 않고 뛰기로 결심했다. 3개의 그룹 중 2번 째 그룹으로 참가했고, 모두 쟁쟁한 참가자였다. 나는 처음부터 치고 나갔다. 사막의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 속에 나는 태극기를 가방에 걸고 뛰었고, 뒤쳐질 뻔 했지만 맥스라는 참가자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결국 2그룹 3위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주저앉았다.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꿈에 그리던 결승점에 도착을 했고, 자원 봉사자분들이 태극기를 목에 걸어주었을 때 나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고, 준비과정부터 정말 기적과도 같았다. 주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이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그들이 없었다면 이 도전은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나만의 도전이 아닌, 후원해주신 분들, 통역해주신 분들, 간절히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덕분에 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올해 나의 목표는 4[조지아(6), 핀란드(8), 칠레(9), 남극(11)]의 사막 마라톤(1,000km)을 더 도전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많지만 나는 도전해보고 싶다. 그에 해당하는 금액 약 5~6000만 원을 모아야한다. 남은 기간은 약 130여일.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후원사도 찾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도전이 코로나로 인해 아픈 마음들에 조금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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