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김형만의 한국유학이야기-45] 한국유학의 현세적 실천적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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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김형만의 한국유학이야기-45] 한국유학의 현세적 실천적 변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2.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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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깨우쳐야 국가가 건강하다
민주 주인 노릇 제대로 하고 사느냐에 스스로 각성 필요
민초 잡초의 생명력 이 세상 어떤 풀보다 꿋꿋하고 굳세
민수 물 배 띄우기도 하지만 배 뒤집어 엎기도 하는 것
민선 새로운 길 자유롭게 모색 스스로 좋은 것은 돕는 것
민본 국민의 이익과 행복의 증진 가장 중시하는 위민사상

[목포시민신문] 한국유학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며, 경계와 반성과 함께, 우선 한국유학의 현세적 실천적 당면과제를 오민의식(五民意識)’으로 제언하며, 우리 함께 자주 국민으로 깨어나길 다짐해보기로 한다.

첫째 민주(民主) 의식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국가)이 그다음이고 군주는 가벼운 것이라 하였다.

우리는 이제 백성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시대를 살고 있으나 과연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사느냐 하는 데에 이르면 아직은 스스로 각성해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한 가지만을 예시하자면 이 나라 이 시대의 국민은 도리어 피지배자이자 통치의 도구로 전락하여 굴종과 예속을 스스로 달게 여기는 것이다. 저 조선 시대에는 당쟁으로 학문 또한 정쟁의 도구가 되어 시비(是非정사(正邪공사(公私)가 전도되고 동당벌이(同黨伐異) 결당영사(結黨營私)로 관리는 부패하고 정부는 무능하여 나라가 쇠망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작태를 지금에 이르도록 인습·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국민을 주의·주장·이념·지역·세대·계층으로 가르고 이를 우군으로 삼아 정권을 갈라먹는 데, 도리어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깨우친 국민이라면 이러한 분열에 동조하기보다 그 경계에 서서 주인으로서 이 민족과 국가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철저한 감시를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키고 국맥을 단절시키는 뺄셈이 아니라, 화합과 쌓아감 이어감을 시대정신으로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어느 편이 정권을 담당하던 정권의 실패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국가의 실패이자 불행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들 주인은 머슴들의 정권이 성공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과 국가는 나날이 발전하며 영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형편은 주인이 머슴의 편에 줄을 대어 서고, 일처일첩(一妻一妾)을 둔 제()나라 사람이 부귀이달(富貴利達)을 구하듯, 저편 이편을 기웃거리며, 그것도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모리배 정상배가 되어, 시정잡배도 하지 않는 짓을 서슴지 않다니. 사정이 이러하니 저 말단의 공무원마저 멸사봉공은커녕 무사안일 복지부동 명철보신으로, 주인인 국민을 우롱하고 능멸하는 폐풍·악습을 이룬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편 공자는 군주 된 자가 자기가 한 말을 아무도 어길 수 없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면 이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 하였다. 최고위층이 매일 뱉어내는 번지르르한 구혜(口惠)에 불과한 마디마디의 언설(言舌), 어설픈 독선적 신념, 시대착오적인 섣부른 정책이 아무도 어기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권능을 휘두른다면 나라가 병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민초(民草) 의식이다.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에 바람이 불어오면 풀은 눕는 것이라 하였다. 위정자는 백성을 교화시켜 풍속이 아름답게 변해가도록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것이다. 위정자가 위에서 하면 백성들은 아래에서 보고 본받는 것이니, 학교를 세워 교육에 힘쓰는 것은 물론, 윗사람이 언행에 삼가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한편 관중은 의식(衣食)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 하였고, 맹자는 백성은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 하고, 또 학교를 세워 효제(孝悌)를 가르쳐 예의를 알게 하며, 백성이 굶주리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게 하여, 양생송사(養生送死)에 서운함이 없는 것이 바로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시작이라 하였다.

바람이 불어오는데도 풀이 눕지 않고 거슬러 선다면 이는 민초들의 기의(起義)에 다름아닌 것이니, 위정자가 저러한 왕도정치를 베풀어 덕풍(德風)과 혜풍(惠風)이 불어올 때는 민초가 눕지만, 악풍(惡風)과 학풍(虐風)이 불어오면 일어서는 것이다. 백성을 괴롭히는 나쁜 정치를 하는 자는 자신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망쳐왔던 것이니 경계하지 않겠는가. 이름 없는 풀이라 하여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민초의 잡초와 같은 생명력은 이 세상 어떤 풀보다 꿋꿋하고 굳세다는 것을 지나온 역사를 통해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草上之風草必偃, 誰知風中草復立이라 하지 않던가.

셋째 민수(民水) 의식이다. 공자는 물론 순자 또한 임금은 배, 백성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하는 것이라 하였다. 수레를 끄는 말이 놀라면 수레에 편히 앉아 있을 수 없고, 백성이 위정자의 정치를 불안하게 여기면 그 지위가 흔들리는 것이다. 말이 놀라면 안정시켜야 하고, 백성이 불안해하거든 인정(仁政)을 베풀어야 한다. 어질고 착한 이를 가려 쓰고, 말과 행실이 도탑고 공손한 이를 천거하며, 효제를 일으켜 권장하고, 고아나 과부를 거두며, 빈궁한 자들을 돌보아 주면 백성들이 정치를 편안히 여기게 되어 위정자의 지위 또한 안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정자는 인재를 널리 등용하여 정사를 고르게 잘 다스리고 백성을 공경하고 아끼며 소중히 보살펴서 편안하도록 하여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넷째 민선(民先) 의식이다. 이것은 위정자가 민국(民國)의 급선무에 솔선하는 것과 백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백성을 진작시켜 새로운 길을 자유롭게 찾아 나서도록 하여 스스로가 좋아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공자는 위정의 도를 물은 데, 위정자가 솔선하여 백성을 위해 일하며 백성들로 하여금 생업에 힘쓰도록 하되 게을리하지 말라 하고, 또 일은 담당자에게 먼저 맡기되 그들이 맡은 일에 작은 허물은 용서해주고 덕 있는 현인과 재능있는 이를 등용해야 한다 하였다.

백성을 이끌어 가는데 위정자가 몸소 솔선수범하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따르게 되고, 이로써 생업에 힘쓰게 하면 비록 힘이 들지라도 윗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장밋빛 구혜(口惠)만을 일삼아서는 되는 일이 없다.

필자의 '풍일변흑조기(風一變黑潮起)' ㅡ 바람 한 번 바뀌면 큰 변혁(變革)의 새물결이 일어나리라...

위정자나 관리가 선정(善政)을 펼치는 것은 민생을 가장 우선시하여 백성의 편의를 따르는 데 있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는 온갖 규제를 남발하여 거미줄 같은 법망을 펴서 백성을 그물질하는 망민(罔民)’을 능사로 여기는 법률지상주의 행정편의주의가 만연하여 도무지 자율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산업에, 기업에 대한 규제는 또 얼마나 촘촘한가. 국가가 나서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하루빨리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어, 국민 모두가 각각 그 마땅한 바를 얻도록, 국민을 억압하고 옭아매는 민막(民瘼), 적폐(積弊)가 된 규제나 법령은 과감히 폐출하고 또다시 양산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맘껏 나래를 펼쳐 소망을 이루어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데 국가가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잘되어야 국가가 잘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리들도 맡은 업무에 한시적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민국(民國)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고 선의의 작은 실수는 용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방소를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선발 등용한 인재들이 민복(民僕)으로서 소신껏 공무에 임하여 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민본(民本) 의식이다. 유교는 본래 현세적, 실천적이며 인본적(人本的)인 데에 그 특징이 있는 것이며, 그 때문에 수천 년에 걸쳐 치국(治國)의 근본 사상이 되었던 것이다.

서경,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므로 근본이 굳세고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 하였다. 이것은 우()임금의 우환의식(憂患意識)으로 우국경민(憂國敬民)을 그 근본으로 하는 것이다.

백성 없는 군주가 어디 있겠는가. 백성을 억압 착취하고 공경하지 못하여, 나라의 근본인 백성이 굳세고 튼튼하지 못하게 되면, 나라는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반구부추反裘負芻의 어리석음으로, 박민(剝民) 폭정(暴政)을 일삼아 백성이 피폐하면 나라 또한 지탱할 수 없는 것이다.

유가에서는 천지가 호생지인(好生之仁)을 가지고 있어 만물을 낳아 기르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러한 어진 마음을 체득하여 천지를 대신하여 백성을 기르고 보살피는 이를 천리(天吏)’라 하고 이를 따르는 백성을 천민(天民)’이라 한다. 군주는 하늘의 명을 받아 백성을 잠시 맡아 다스리는 자리에 불과한 것이니 무능하고 탐욕을 부리고 포학한 정치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하늘의 뜻이 곧 백성의 뜻이고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 것이다. 요즘의 시대도 다르지 않다. 위정자가 민생을 위하여 경세제민(經世濟民)에 힘쓰고 그 과실(果實)이 있거든 온 국민이 함께 누리며 여민동락(與民同樂)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신을 망각하고 자봉(自奉)을 후하게 한다든지, 국민을 편을 갈라 한편을 챙기고, 끼리끼리 패거리 작당하여 권세를 누리며 사욕을 챙기는 짓은 하늘의 죄인이며 국민의 공적이다.

이 민본사상(民本思想)은 국민의 이익과 행복의 증진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위민사상(爲民思想)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깨우쳐야 국가가 건강한 것이다.

/45회에 걸친 '한국유학 이야기' 마지막 연재까지 함께 해주신 시민신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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