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마음을 짓무르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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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마음을 짓무르게 하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2.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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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모든 결점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었습니다.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었는데, 누군가 도려갈 것만 같아 둘러둔 것입니다. 나의 비밀을 캐내려 할 때마다 저 마음이 다칠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자꾸만 부정적으로 내뱉게 되던 푸념과 도가 지나친 거짓말들은 가시덩굴을 더욱더 칭칭 감게 만들었죠.

사랑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긴 세월 겪어온 시련의 상처들을 사랑이라고 하신다면, 잘 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그저 상처만 주는 비참한 사건은 아닙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폭력의 현장만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어떤 이의 사랑은 고결하고 우아하며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타인과 비교할수록 저의 불행이 더욱 극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럼 여태 나의 사랑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는지, 밤새 끊임없이 가슴을 자해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사랑의 범주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를 사랑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그럼 이 아픔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마음이 농익은 과일처럼 짓물러갈 때, 욕심을 버려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더는 따뜻한 햇살도, 누군가의 품도 소용없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점점 더 녹진하게 익어가, 몸도 마음도 썩어 문드러지겠죠. 괜찮느냐는 말이 썩 좋게 들리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상처투성이인 나는, 결국 차갑게 식어 어딘가를 부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냉랭한 저의 영혼은, 양지바른 곳에 몸을 누일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온몸에 가시를 두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예민하게 굴 기력도 더는 없었습니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생존의 의미는 덧없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배가 무척 고픕니다. 허탈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배가 고팠다는 게.

여태 저는 제게 상처를 준 타인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는 언제나 옳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제 안에 옹고집을 부서뜨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던 감정이, 내가 틀렸다고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되새김질에 저는 기어코 부서지고 말 테죠. 그렇게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을 때, 이제 저는 비로소 괜찮아졌습니다. 괜찮느냐고 묻는 누군가의 물음에, 비로소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괴로움으로 얼룩진, 기나긴 밤이 지났습니다. 눈물로 범벅이 된 뺨을 닦고 나니 한결 개운해졌습니다.

마음을 짓물러 답답하게 했던 것은, 타인의 날 선 시선이 아니었습니다. 이 삶에 난항은 오직 제 자신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줬습니다. 절대, 안돼, 가시를 세워,라고.

이제는 다시 제 자신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괜찮아.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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