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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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 류용철
  • 승인 2022.03.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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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글. 안인희 옮김. 창비.2021.6

[목포시민신문] 헤르만 헤세의 나무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를 그림과 함께 읽는 시간책의 뒷날개에 이 책을 소개한 글이다. 헤르만 헤세는 깊은 통찰력과 대담함으로 인도주의의 이상과 품격 있는 문체를 보여주는 직관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는 글에서 그를 소개한다.

내가 헤세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세계문학전집 수레바퀴 밑에서에서다. 책이 귀한 시절, 어머니는 어느 날 전집 등 책을 소개하는 브로슈어를 가득 든 출판사 가방을 들고 출근을 하셨다. 언니와 나, 남동생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책을 보고자하는 갈망이 더 생겼다. 언니와 나는 문학전집을, 남동생은 동물 백과사전을 갖고 싶어 했다. 아이스께끼 군것질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두가 힘든 시절, 우리 집 작은 세간에 갈색 큰 책장이 갑자기 들어오고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나는 하얀 커버의 양장본 세계문학전집이 책장 중심에 꽂힌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너무 뿌듯하고 세상모두를 가진 듯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책장에는 동식물 백과사전 등 읽고 싶은 책들이 차례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힘든 살림살이에도 우리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 직원 할인가를 활용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영업일을 하신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지극사랑으로 세계의 유명작가를 집안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다. 사춘기 소녀시절 만난 작품들을 더 성장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동이란 경험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회고의 감정이다. 데미안은 삶과 치열하게 투쟁하던 시절 늘 책장 가까이 두고 살았던 책이고 헤세의 나무들은 중년을 살아가는 지금 삶을 흐르는 강물처럼 내 자신을 성찰하는 시기에 적절한 책이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본문 중). 가볍게 에세이와 시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짧은 호흡으로 읽되 길고 깊은 되새김이 필요한 책이다.

헤세의 많은 작품들은 정원에서 생명을 돌보며 흙과 바람, 돌 자연의 형태들을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관찰하며 통찰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헤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나무에 관련된 에세이와 시를 발췌하여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헤세의 작품의 근원은 아름답게 순환하는 자연이며 생명에 대한 갈망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봄밤에는 꿈꾸고 그리워하며 침묵하는 나무, 우듬지에서 살랑대는 작은 바람의 속삭임, 찬란한 여름정오의 보리수나무에 깃든 새들은 거의 말이 없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조차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시든 잎도 잘린 떡갈나무의 온갖 아픔도 참을 성 있게 그대로 남아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이다.

안개 속에서 모든 나무는 혼자다. 삶이 환하던 때는 세상천지에 친구로 가득하지만 지금 안개가 덮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니 모든 사람이 저 혼자다.( 본문 안개 속에서시 인용)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게 모두 떠난 듯 외롭다면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어보기 권한다.

나무는 죽지 않는다. 기다린다.

독립서점 화온책방지기 곽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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