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현진 경영학 박사]문화 콘텐츠와 지역 브랜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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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현진 경영학 박사]문화 콘텐츠와 지역 브랜드 전략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4.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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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경영학 박사·전 목포시청 국장

[목포시민신문]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한데 얼마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 일 때문에 그동안 다져진 한·중 간 신뢰 관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중국에 대한 비판보다는 본질의 문제, 즉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보는 깊은 성찰과 우리 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복이 국제 문화의 아이콘으로 대두되는 모습을 보면서 10여년 전 중국에서 근무할 때의 감동이 문득 떠오른다. 한복을 통한 남도문화의 자존심을 외국인들에게 과시한 뜻 깊은 행사였기 때문이다.

중국 장슈성(강소성)정부 주관 국제 민속예술 특별공연 때의 기억이다. 장슈성 소재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외국도시의 예술단들이 참여하여 자기나라를 상징하는 공연을 펼치는 특집프로그램이다.

목포시에서도 국제자매도시 렌윈강시(연운항시) 요청에 따라 목포시립무용단이 참가했다. 관객 대부분이 중국인들이었지만 시립무용단의 우아하고 세련된 춤사위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문화적인 배경은 달라도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공연의 백미는 부채춤이었는데 예쁜 한복과 부채가 조화를 이뤄 춘하추동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장면이 연출 되었다. 공연내용도 훌륭했지만 중국에서 본 우리의 한복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었고 청중의 반응도 대단했다. 그야말로 어떤 장르의 공연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품격과 재미를 선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흥겨운 북춤에서 부터 화려한 부채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같은 무대에서 관람한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고유 예술의 우수성과 한복의 맵시를 확인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었고, 특색있는 남도문화의 콘텐츠화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우리의 자체 계획에 의해 실현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자매도시와의 국제교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일과성 행사에 불과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전국 어느 자치단체에서나 볼 수 있는 장고춤, 부채춤 같은 보편적인 레퍼토리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목포만의 특성을 지닌 독특한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목포에서만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공연과 전시, 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남권의 문화 수준을 대표하는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창작 발굴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 확립과 시민들의 예술적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서남권의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체계화시켜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것들을 국내·외에 어떤 방법으로 홍보하고 외부인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즉 다양한 문화·예술행사와 국제행사를 통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세계인들과 공감하고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금년에 목포에서는 전국 규모의 행사로 목포 Music Play’와 전국무용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이는 목포를 비롯한 서남권을 브랜딩하는 것을 넘어 한국문화를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지역문화의 수준 높은 가치를 문화상품으로 키워 나가면서 세계 속으로 확장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무형의 문화가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적인 상품화 전략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준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이 분야를 이끌고 개척해 나갈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폭넓게 조성되어야 한다.

이제는 문화의 힘에서 미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는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육성하며 지역 고유의 이미지를 세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다 함께 지혜와 열정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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