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 시인의 술 이야기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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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 시인의 술 이야기 (첫 번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4.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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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오랜만에 들어보는 나그네라는 박목월 시인의 시이다.

이 시를 고등학교시설 배울 때 좀 까칠하셨던 국어 선생님께서는 “박목월이 시를 발표할 때가 1940년대 일정감정기말 태평양에 전쟁 중이라 식량공출에 먹을 식량도 부족하고 밀주단속에 금주령까지 내렸던 시절이라, 술 익는 마을이란 존재할 수 도 없다면서 시인이 술을 아주 좋아해서 시적 상상 안에 있는 마을을 시로 표현한 것일 것이라고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렇다 박목월은 애주가로도 아주 유명했다고 한다. 또한 술을 먹은 사람들을 바둑에서 단과 급으로 실력을 18단계로 구분하듯이 주당을 승급을 18단계로 나누는 주당18등급을 수필로 남겼는데,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을 최하위인 부주(不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을 외주(畏酒)’라 하여 그다음 단계에 두었다. 이렇게 올라가서 최고 술꾼의 경지를 폐주(廢酒)’라 했다. 이는 술 때문에 다른 세상으로 간 사람을 말한다. 시인도 지금으로 보면 젊은 나이인 49살에 술 때문에 돌아가셨으니 최고의 경지인 주당 8단에 본인 스스로 등극한 셈이 된다.

우리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진달래에 시인 김소월 ” “술과 밥이라는 시를 남겼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술과 함께 하였다고 한다. 서정적인 시인의 대명사 김소월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술이지만 식민지 조선의 청년이 어깨를 짓누르는 빈곤한 삶을 위로하는 가장 가까운 벗은 술이었을 것이다.

술 하면 귀천천상병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막걸리” “이라는 시를 통해 술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고 물아일체가 아닌 주아일체의 삶을 살았던 시인에게 술은 밥이었다 특히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의한 고문후유증으로 온전한 이가 하나도 없었던 시인은 음식을 씹을 수 없기에 온전한 식사를 할 수 없었기에 막걸리로 허기를 채웠다고 하니 역사의 아픔이 더 한다. 우리 근현대사에 진시황제의 분서갱유같은 사건인 동백림 사건연루되어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3개월의 모진고문과 치욕스런 취조, 6개월의 투옥으로 인해 육체와 정신이 황패해진 시인에게는 막걸리가 일용할 음식이자 가장 친한 벗이었을 것이다. 워낙 술을 좋아해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양주병이 보이기에 몰래 들고 나와서 마시고 보니 양주가 아니라 향수였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워낙 유명한 주당이고 기인이라 시인에 대한 추억은 시인이 귀천하신지 오래지만 아직도 인사동 예술인거리에는 시인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시인에게 있어서는 술은 저항정신의 완곡한 표현, 현실세계의 도피처, 철학적 사고의 출입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어느 한 시인은 술을 "소통의 효모로 표현했다. 빵도 효모에 의해 발효가 되듯, 사람의 대화에도 서로의 감정을 발효시키는 효모가 필요하는데 그 소통을 발효하는 매개물이 ''이라니 참 옭은 이야기인 것 같다.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술에 취했을 때 드러난다.“ 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그런데 진실한 만남과 소통을 위해서는 중간에 꼭 술이 빠질 수 없다라는 이야기는 술을 꼭 마시고 싶은 주당들의 변명(?)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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