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준 봄!봄! 나들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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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준 봄!봄! 나들이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6.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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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앞바다 브래지어

 

저물어가는 해수욕장을 걸으며 한참 동안이나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덜 비싸 보이는 횟집을 정하여 2층으로 올라갔다.

해수욕 철이 아니어서 조용하고 한산하기는 횟집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유명 관광지라 회 값이 목포보다 좀 비싼 듯해서 내심 억울했는데 차려나오는 것을 보니 꽤 격식에 맞고 정성스러워서 금방 기분이 풀렸다.
 
나중에는 술이 얼큰하게 달아올라 종업원 아줌마한테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주기도 하였다.

1박2일 여행 일정 가운데 가장 호사스러운 만찬이라 모두들 기분이 상기하여 목청도 올라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참인데 누군가가,

“어, 누가 부라자를 저기다 벗어놓고 갔지?”

나는 어떤 넋 나간 여자가 길바닥에 브래지어를 내동댕이쳐 놓은 줄 알고 유리창에 코를 박고 아래층 길바닥을 열심히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데도 브래지어는 없었다.
 
하하하하,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낭자했다.

그 때에서야 나는 그 브래지어가 횟집 유리창 너머 대천 앞바다에 봉긋 떠 있는 작은 섬을 빗댄 표현임을 깨달았다.

유방을 닮은 산봉우리가 하나둘일까만 저녁 으스름 가운데 외로이 솟아 있는 그 섬을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브래지어라고 상상하고 볼작시면 영락없이 딱 들어맞는 형상이었다.

B컵 아니면 C컵 정도, 그것도 한쪽 봉우리는 좀 높고 한쪽 봉우리는 좀 낮아 젖으로 치면 짝젖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빵빵하지 않고 풀이 죽어서 내용물이 빠져나간, 누군가 벗어놓고 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그 섬을 카메라로 찍어놓지 않은 게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바다도 어머니 산도 우리 어머니
     대천 앞바다 브래지어 너 또한 반갑고녀
     아득타 광원면막(廣遠綿邈)에 깊어가는 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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