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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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4.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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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인생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으리라. 힘겹게 버텨왔으나 정작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많고,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선택에 한탄하며 '왜 난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왠지 남들은 다 잘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도 대단보였고, 직장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도 멋져 보였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까, 부러워하면서 한 편으로는 불안해했다.

나의 20대는 불안정한 확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가야겠다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들이 제 몸집을 부풀렸다. 그 증폭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던 애를 썼다.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너무 연약하게만 보일 것 같았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고, 굳건히 내가 버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럼 상처 입는 사람 없이 완벽하게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세상이 무너져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다는 건, 참으로 참혹한 일이었다. 강풍 앞에 놓인 모래성처럼 파스스 부서져버리는. 그걸 지켜내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을 잘해야만 했다. 때로 인생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멋들어진 한 문장으로 정의되지 못했다. 다시는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온전한 실패는, 다시 일어날 수 없게 짓이기려고 했다.

세상은 어떤 게 정답이라고 일러주지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 지를 모범답안처럼 보여주었다. 마치 이렇게만 살면 후회 없이 살 수 있다는 듯이. 그러나 그들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었다. 기준에서 어긋나든, 감정에 흔들리든, 남들의 기준에 나의 인생을 굳이 끼어 맞출 필요는 없었다. 그 당시 선택이 내가 맞으면 맞는 거고, 그걸로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면 내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었다. 설령 뼈아픈 상처나 이별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불안정한 확신 속에서 살아간 20대를 돌아보면, 나는 그때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살았고,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했고, 나름의 행복을 찾으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가장 불행했던 것은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였다.

이렇게 살면 어떻고, 저렇게 살면 어떠나. 타인의 눈총에 움츠려있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 말은, 어떻게든 살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남들이 누구나 하는 선택, 정답, 방향 같은 것들을 굳이 내 인생에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된다. 때로 어긋나고, 뒤틀리고, 엎어지면서도 자신의 실패를 자기 자신이 이해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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