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문보현 사무처장] 목포 택시기사, “최저임금 내놔, 32억 임금청구소송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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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문보현 사무처장] 목포 택시기사, “최저임금 내놔, 32억 임금청구소송의 배경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5.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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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무처장 문보현

[목포시민신문] 택시 운수 노동자는 천덕꾸러기, 직업의 귀천은 있다. 노동인권 부재의 세상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XX, 나 차관이야 법무부 차관. 어디서 택시나 모는 주제에 건방지게. 어이 기사 양반 조금 전에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주라고 하면서 택시요금 받았제, 거스름돈은 나한테 줘야 해, 씹으면 안 돼, 하여간 불량한 도00 들이 많아. 택시 기사들은. 목포 모 인사의 발언이다. 참다못한 택시 기사는 경찰에 신고하고, 아예 파출소로 모셔갔단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 당한 사람은 얼마나 속이 뒤집힐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거짓말은 초등학생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말이다. 허무맹랑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편견을 갖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인 셈이다. 택시운수노동자가 하는 일은 감정노동이다. 내 감정이 어떻든 택시를 탄 고객이 뭐라고 하든 기분 나쁘지 않도록 친절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하루 12시간 이상 정해진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데, 아예 친절할 시간이 없다. 제발 진상 고객을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 뿐이다. 다른 한편을 생각해보자 바빠서 택시를 탔는데, 목적지에서 회차가 불편하다고 근처에 내려준다. 이럴 거면 택시를 왜 타나, 말도 기분 나쁘게 한다. 내 돈 주고 내가 타는데, 택시 기사 기분까지 승객이 맞춰야 하나, 택시 기사는 거칠다. 무식하다. 이런 느낌은 한 번씩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기사도 고객도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른다. ?

 

택시운송수입금, 정액 사납금과 완전 월급제 전혀 다른 세상과 계산법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실제 임금으로 계산되는 노동시간은 16시간 30, 4시간 30, 2시간 30분으로 회사마다 제각각인데 이것이 임금계산에 기초가 된다. 12시간을 일했건 24시간 일했건 회사는 이 시간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일한 시간에 벌어들이는 운송수입금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다만, 정해진 사납금은 꼭 입금하시고요. 이게 정액 사납금제도다.

보통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정해진 급여를 받고, 일을 더 하면 시간 외 수당, 연장수당도 근속하면 정근수당도 받고 때때로 보너스, 상여금도 받는 제도가 완전 월급제다. 하루 정해진 시간 일하고 들어온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가져다주고 급여를 받으면, 맞춰야 할 사납금에 채우느라 승객은 뒷전이요. 속도위반, 신호위반은 내 알 바가 아니고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이니 어디서 친절이 나오겠는가, 그래서 택시산업발전법에서는 완전월급제를 하라고, 전국에서 이렇게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목포 시내 9개 택시회사 336명의 최저임금’ 32억짜리 소송

오늘의 이야기는 최저임금이다. 목포 시내 9개 택시회사에서 운수노동자 이른바 택시 기사로 일했거나 지금도 핸들을 잡는 336명이 최저임금소송을 1~3차에 걸쳐 7, 청구액 규모는 327천만 원이다. 정액사납금제에서 일하는 택시운수노동자는 정해진 노동시간, 정해진 사납금만 채우고 나면 나머지 운송수입금은 모두 자신의 벌이가 된다. 회사는 최저임금을 피해 가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꼼수를 부리다가, 지난 2019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사납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한다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시행, 고정급(월급여)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높이기 위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노동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 취업규칙 조항은 탈법,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목포에서는 1차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판결 후에 2, 3차 소송이 시작됐다.

노동자가 임금을 못 받아서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을 달라는 소송은 얼핏 보면 당사자 간의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택시운송사업은 목포시민의 이동권 문제이고, 택시운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목포시 교통행정이 해야 할 일이다. 양비론(너도 나쁘고, 나도 나쁘고)의 원인은 바로 지자체 수장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즉 노동인권을 인식하는 수준의 정도를 반영한다. 조금만 톺아보고 들여다보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생기는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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