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지역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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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지역대학의 역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5.2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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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학교 교수,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목포시민신문] 도시 활성화는 그 도시에 있는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의 젊고 활발한 활동력은 한 도시의 문화 창조, 민주적 소양, 도시 풍토의 창의적 토대가 된다. 필자는 여러 나라의 국제학회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대학을 방문할 수 있었다.

대규모 국제학회의 유치는 대부분 도시와 대학이 중심이 되어 활동한다. 대학의 전문성과 도시의 행정력이 힘을 모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고전적인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이나 옥스퍼드대학,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학의 경우, 대학이 곧 도시이고, 도시가 곧 대학이라고 느낄 정도로 도시와 대학 캠퍼스가 일체화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의 정체성이 곧 도시의 정체성과 연계되는 특성을 보인다.

현재 주요 국립대학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인구 대비하여 도심과 그 교외에 세워졌고, 그 수는 100여 개가 된다. 최근 지방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소멸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이미 전라남도 군 단위 지역의 인구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중소도시인 목포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해외 중소도시의 사례처럼 도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 대학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지방대학들은 입학생 감소와 구조 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 기관이면서 한편 지역의 문화를 선도하는 창의력을 계발하는 장소이다. 해외 중소도시의 대학들은 지역 환경에 적합하고, 또 지역 현안에 필요한 학문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일종의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의 도입이다. 지역적이면서도 세계적일 수 있는 고유한 도시 환경, 역사, 문화 자원을 연계시킨 교육 커리큘럼은 요즘 세대를 관통하는 글로컬(Glocal) 학문이 된다.

캐나다의 샬럿타운(Charlottetown)은 인구 201134,000명의 작은 섬 도시이다. 영국인에 의한 개척시대부터 시작한 모직, 제재 산업 등이 활발하였던 곳으로, 이곳에 1969년에 설립된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Prince Edward Island)가 있다. 특히 이 대학의 대학원에는 섬을 연구하는 특별한 과정이 있고, 이곳의 섬 연구 학위는 세계적 수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과 북아프리카 해역 사이 지중해에 몰타(Malta)라는 국가가 있다. 이 나라는 2022년 기준 44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작은 섬 국가이다. 수도는 발레타(Valletta)이며, 인구는 7천여명이다. 몰타의 주요 산업은 관광이고, GDP15%가 관광 산업에서 얻어진다. 이 섬 국가에 몰타대학교(University of Malta)가 있다. 1769년에 설립된 이 대학의 교직원이 600, 학생은 11,000명이 넘는다. 관광 산업이 발달한 지중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몰타대학교에는 관광학, 특히 도서해양 관광학과 관련된 인문, 사회, 산업 연구가 발전하고 있다.

특히 몰타는 블록체인 섬으로 알려질 만큼 스마트계약, ICO 등과 관련된 규제와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몰타대학에는 블록체인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석사과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필자는 대표적으로 두 군데 섬 지역 대학을 사례로 들었지만, 소도시 근교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세계 곳곳에 많다.

이러한 대학들의 특성은 주로 지역 환경(바다, , ·산촌)의 여건과 자원(관광, 해양생물, 역사문화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몰타대학의 경우처럼, 지중해 도서해양의 여건에 따라 섬 관광과 산업, 경제를 연결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의 인재, 나아가서는 세계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키워내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인구 7000명의 수도 발레타가 1만명이 넘는 학생들로 북적거리며 활력을 찾고 있다. 일본 규슈지역 가고시마시(鹿児島市)에 있는 가고시마대학은 우리나라의 국립대학과 마찬가지로 지역 거점대학이다. 이 대학의 섬 연구기관은 가고시마 부속 섬인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에 위성 캠퍼스(satelite campus)를 운영하면서 번갈아 연구원을 파견, 지역 현안에 대하여 협력하고 있다. 필자도 몇 번 이 대학교수들의 소개로 아마미오시마를 방문,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마미오시마는 작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 생태계 보전과 관광을 통한 섬 지역 6차산업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파견된 연구원들은 조사와 분석에 주민의 협조를 받으면서 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중소도시에서 생존해 나가는 대학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중소도시에 위치하는 소멸 위기의 대학과 도시의 생존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도시재생을 통해 원도심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대학에 도시재생, 지역 활성화, 환경경영 관련된 학과와 대학원이 설치되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배출되어야 할 것이다. 목포 주변에는 다도해가 있고, 섬마다 다양한 개발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대학에 섬 연구 관련 학과나 연구기관, 대학원이 설치되어 함께 협력하여 섬 연구 전문가를 배양해야 할 것이다. 미래 대학사회는 학력, 나이를 파괴하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평생교육 커리큘럼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미 졸업한 사람도 재차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대학이 존재하고 활력을 찾아야 그 도시가 활성화된다. 지방소멸의 현실에 직면하고 있지만, 지역 대학과 머리를 맞대면서 동반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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