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양승희 전 교사]직장과 가정과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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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양승희 전 교사]직장과 가정과 육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6.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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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광주에서 교육자로 지내는 제자가, 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자와 함께 찾아왔다.

제자들에게 교육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러다가 가정과 육아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삼십대 후반인 제자는 남편과 싸우고 속절없이 고향으로 왔다고 한다. 고개를 돌리고 마음 따라서 목포를 내려왔다고 한다.

제자는 이번 일로 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말을 했다. 남자들의 비합리적이고 보수적이며 가부장적인 의식 구조로 인해서 가정이 깨어지지 않도록 했으면 했다. 둘은 대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발단은 친정집의 어른의 칠순 잔치다. 집안에서는 큰 경사여서 친척들을 모두 불렀다. 제자도 방학도 하고 해서 당연히 친정집의 경사에 참석하려 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 형님 내외가 조카들과 함께 광주로 놀러오니 친정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 형님네가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연중행사로 내려오는 것이니, 하루만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냐며 친정네로 갈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남편은 형님 내외의 일정을 자기들로 인해서 망쳐서는 안 된다며 포기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속상했던 지난 일들까지 들먹여가며 싸우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시가의 생일까지는 일일이 챙기면서, 사촌동생의 대학졸업식은 시가의 행사와 겹치자 참석하지 못하게 했던 일들.

결국 물건이 오가게 되고 아이들도 옆에서 우는 사태가 벌어져, 아이들에게도 못할 짓이라 여겨 제자는 내려와 버린 것이다.

문득 밀레바 마리치 아인슈타인이 떠올랐다. 상대성 이론으로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의 전처이다. 아인슈타인이 사랑스러운 나의 보물, 당신이 없으면 생의 의미는 물론 일할 의욕도 삶의 즐거움도 사라져버린다고 했던 그녀다. 사랑하는 천사, 귀여운 마녀 등, 아인슈타인이 갖가지 애칭을 사용하며 학문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그녀. 우리 둘이서 운동의 상대성에 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된다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울지.....

그러나 결혼 생활은 불행하게 끝났다. 결혼 전에는 공동저작에 언제나 아인슈타인 - 마리치라고 서명했으나, 결혼 후에는 당연히 아인슈타인 이름만 있게 되었다. 밀레바와 함께 연구했던 논문으로 성공했지만, 이혼을 당한 밀레바는 천재여서, 정신병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작은아들을 위해 남은 여생을 살다가 역사밖으로 영원히 밀려났다.

피츠제럴드, 로댕, 툴스토이, 릴케, 헤세도 그랬다. 그들의 여성들은 업적을 때로 남편들에 의해 가로채였거나, 철저히 무시당해 악처가 되거나, 정신병원에서 생활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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