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아버지’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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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아버지’ 삶의 무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6.0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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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철 대표이사

[목포시민신문] 4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벚꽃 길의 꽃송이가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질 듯한 풍성한 꽃잎과 곧 이어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꽃비. 봄꽃의 피고 지는 시간이 짧아 인생의 무상함을 벚꽃의 낙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꽃이 서둘러 떠날 것을 알기에 더 눈에 담아두고 싶은지 모른다. 그래서 봄이 오면 너도나도 벚꽃에 홀린다. 또 지는 꽃비에 상심하고 떠나는 사람을 추억하며 돌아서 온다.

이미 봄꽃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요양원 넓은 앞마당.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벤치 곳곳에는 삼삼오오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줄어들면서 요양원에도 면회가 방역수칙을 지키며 제한적 허용됐다. 휠체어에 앉아계시면서 가족들의 안부를 꼼꼼히 묻고 챙기신다. “형제는 모두 잘 있다”며 “걱정하지 마시라”당부하지만 당신도 힘든 생활을 하심에도 불구하고 가족 걱정을 먼저 하신듯하다. 집에 가서 다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한다며 ‘집으로 가자’고 말씀하시며 두릅나무 껍질처럼 말라가는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언젠가 그런 장인 어르신께서 살면서 언제가 가장 힘드셨는지 여쭈어본 적이 있다. 당연히 수술 등으로 병마와 싸우실 때를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장인께서는 40년 전, 가족을 위해 힘겨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내와 5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을 때가 가장 힘드셨다고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병마보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신 것이다.

대나무는 무너져 내리는 흙 속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여리고 약한 죽순으로 싹을 틔운 후 자라서는 단단한 대나무가 된다. 내 장인 어른도 꼭 대나무를 닮았다. 청년 스스로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으며 해방과 한국전쟁의 험난한 세상을 몸소 헤쳐나가야 하셨으며, 또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강해지셔야만 했다.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럴 것이다. 한평생 고달팠던 ‘아버지’ 어깨의 짐을 이제 내려 드리고 싶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버린 채 어떤 일도 마다치 않고 사셨던 장인께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아버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남편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이 세상 모든 ‘아버지’께 이채 님의〈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시를 바친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고 했던가 /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위해 / 나쁜 것을 나쁘다 말하지 못하고 /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 세상살이더라 /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중략) 바위보다 무겁다 한들 내려 놓을 수도 없는 / 힘들다 한들 마다 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에 /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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