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교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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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교수] 불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6.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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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2017~2021)간 진료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불안장애 환자는 865108명으로 2017653694명과 대비해 32.3%(연평균 7.3%) 늘어났다고 한다. 불안장애 환자를 10세 단위별 환자 비율로 살펴보면 최근 5년동안 4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크게 나타났으며 2017년에는 50대 환자가 전체의 20.7%(1355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21년에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5%(159845)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최근 5년간 불안장애 환자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상세불명의 불안장애가 가장 많은 환자 수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

인간의 감정 중 불안은 어떤 감정일까. 불안과 함께 자주 쓰이는 공포와 비교해보면 불안만의 특성이 보인다. 땅이 흔들릴 때 느끼는 감정은 공포다. 땅이 흔들리다가 진정되면 공포가 사라진다. 하지만 지진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은 공포가 아닌 불안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공포로 도망을 치지만,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고 망설인다. 사람마다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다. 업무와 대인관계, 질병과 죽음 등에서 인간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예상하며 불안해한다. 요즘 같은 때엔 경제 위기, 기후 변화, 팬데믹 등 시대적인 상황이 불안을 자극하지만, 때로는 무엇이 불안한지도 명확하지도 않은데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불안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것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의 스트레스와 분명한 관련이 없으면서 나타나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불안은 감정상태의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극복하고 치료되어져야 한다.

불안에 대한 원인이나 설명은 다양하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불안이란 지니고 살기에는 너무나 위협적이고 괴로운 자신의 경험·감정·충동 등을 억압한 결과로, 내면의 감정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관계나 일 등이 부진해 개인의 자아(ego)나 자기존중이 위협당할 때 불안이 생겨난다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행동심리학자들은, 불안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잘못 학습된 반응의 결과라고 설명하는데, 충격을 준 사건과 그때의 주위 환경이 연관되어져서 사건에 관계없이 주위 환경이 초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불안한 감정을 적당히 처리하지 못하면, 지속적이거나 주기적인 불안 또는 전반적인 두려움이 엄습하는 불안 장애로 진전될 수 있다고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 해야 할까?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불안은 인생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기 때문에 힘내라” “당신은 소중하다식의 적당한 위로보다, 본인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불안을 극복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한다. 불안감을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안의 간극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는 것이다. 여기서 간극이란 불안이 발생하는 시작점과 이에 반응하는 시점의 짧은 사이를 말한다. 불안은 생존과 직결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다른 감정보다 불안에 더욱 즉각적이고 빠르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불안의 시작과 반응사이의 사이는 아주 짧고 그래서 그 간극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막연한 불안감이 올라올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마음을 잠시 멈추고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내 마음속을 살펴보자. 그리고 깊은 호흡...이렇게 잠시 멈춤의 상태를 갖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다스리거나 해소할 수 있다. 적어도 불안감이 우리를 집어삼키는 것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 일으키는 생각이나 걱정들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불안이란 감정에 판단이나 생각을 덧붙이거나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불안을 바라보자. 불안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것은 어느새 흘러간다. 이것이 변화의 본질이다. 불안은 극복하거나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주 든다는 분들을 보곤 한다. 그분들께 잠시 멈추고 바라보시기를, 그리고 깊은 호흡을 해 보시기를 권고해드리고 싶다. 이것도 결국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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