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양승희 전 교사] 미니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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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양승희 전 교사] 미니 뮤지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7.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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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교직에 있었던 때였다.

학교가 가을이 되면 축제를 하는데 우리 반 애들이 미니 뮤지컬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그램마다 다 참여하는 중이고, 중간고사 시험도 있어서 안 된다며 붙들었다. 대학 입학이 1년밖에 남지 않아서였다. 그랬음에도 반 애들은 미니 뮤지컬 대회 참가를 담임에 모르게 신청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몰래 연습을 했다.

미니 뮤지컬이었지만, 대본에서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손이 필요한 종합예술이 아니던가? 악보, 안무, 노래 계획도 있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의상이나 등장인물의 메이크업도 적은 일은 아니잖은가.

대회 3일 전이었다. 의상과 무대장치를 준비하는 우리 반 만능이가 교무실에 와서 나를 강당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연습으로 강당을 달구고 있었다. 연습하는 애들이 눈부셔서 나무랄 수 없었다. 한때 공부를 포기했던 가능이는 무대에서 유난히 빛났다. 집에서 가져 온 의상을 멋지게 입고, 걸맞은 춤을 추는 멋진 모습을 보면서, ‘이 애가 이렇듯 발랄했던가?’ 싶어 가슴이 뛰었다. 결국 우리 반은 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당연히 아이들은 한동안 신바람으로 살았다.

나는 대회가 끝난 날 무대 장치를 해체하는 만능이에게,

친구들의 환호를 받는 프리마돈나가 부럽지 않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부럽기는 하죠. 그러나 이번 일로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대학도 이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이 애들이 대학에 입학한 처음의 여름 방학에 찾아왔다. 전공, 미팅, 남자 친구가 생기게 된 이야기 등 왁자지껄했다. 만능이는 역시 유아교육과를 갔다. 교대를 간 아이는,

선생님은 늘 걱정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3학년 때보다 2학년 때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2학년 때 활동을 하면서 학업도 절실했던 것 같았어요.”라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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