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어디서나 즐길 줄 아는 그대가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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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경애 시인] 어디서나 즐길 줄 아는 그대가 챔피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7.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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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초복 날이다. 오전에는 반딧불 작은 도서관에서 씨앗, 마을학교첫 수업이 있었다. 원래는 오후에도 도서관 수업 일정이 있었는데, 공사로 인해 다음 주로 연기되었다.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공방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보는 건 쉽지 않다. 해남 공룡박물관 옥상정원에서 탄소제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해남으로 향했다. 몇 달 만에 떠나는 여행이다. 문수포로 가는 길은 항상 경이롭다. 초록이 짙게 깔린 들판과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 와우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가면서 차 안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수수한 은정 님이 일상판타지 카페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시원한 수박 스무디를 한 잔 마시고 공룡박물관으로 향했다. 오후 5시 옥상정원, 아직 햇볕이 쨍쨍하다. 요즘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탄소제로 콘서트소식을 듣고 앞뒤 생각하지 않고 온 것이다. 공룡박물관에 와 본 지도 10년은 되었다. ‘탄소제로 콘서트를 공룡박물관에서 한다니, 장소는 최고의 선택이다. 벌써 많은 사람이 파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노란 양심 우산을 들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중앙으로 자리를 잡았다. , 자리를 잡고 둘러보니 여기저기 카메라가 한두 대가 아니다. 규모가 큰 행사였다.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 이대로 즐길 수밖에 없다.

입장료가 신선하다. 빈 알루미늄 캔 하나였다. 우리는 갑자기 급조해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들어왔다. 하림의 잔잔한 목소리가 대기 속으로 울려 퍼진다. 우리의 일상이 판타지고 소풍이다. 대기 과학자 조천호 박사님의 강의와 전범선과 <양반들> 공연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진행되었다. 사실 <양반들>이라는 남성 밴드를 잘 알지 못했다. 공연을 보고 난 후 푹 빠졌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양반들과 해남 아이들이었다. 공연을 즐기는 해남 사람들의 매너에 놀랐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즐겼다. 특히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음악에 맞춰 경연대회 하듯이 춤을 추었다. 급기야 노래를 부르던 가수도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아이처럼 방방 뛰며 춤추고 노래했다. 함께 하는 어른들도 주변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몸이 시키는 대로 흔들흔들 흥겹다.

무엇보다도 오늘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거기다 최첨단의 영상까지 어우러져 밴드와 아이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야외 공연,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가 심각해 일상의 기쁨을 너무 오랜만에 만끽한 날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얼마나 더 지속될까? 염려가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나로부터 작은 실천을 해야 한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탄소제로를 향해 실천할 수 있는 일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동차 덜 타고 걷거나 자전거 타기, 음식 쓰레기 줄이기, 고기 덜 먹기 등. 작은 것부터 나로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찮고 쉽지는 않지만, 나와 우리를 위해 함께 하자고 외치는 중이다.

공연이 끝난 후 에루화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약간의 술과 밤 호박, 감자를 사 들고 에루화헌으로 향했다. 어스름이 내리는 밤, 두륜산 투구봉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몇 번 이곳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온 날이 초복 날이다. 산책하러 너른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무 박양희 대표님이 우리의 만남은 늘 특별하다고 했다. 뜻하지 않게 다시 작은 축제장에 온 것처럼 춤을 추며 즐겼다. 가방에 <목포역 블루스> 시집 한 권이 있어 <양반들> 매니저님에게 즉석 사인도 해 주었다. 즉석 사인은 양반들 공연 짱이라는 글을 아이라인으로 쓰고, 빨간 립스틱으로 지장 사인을 해 주었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이루어진 나의 이벤트에 다들 웃고 사진을 찍었다. 서울 사람들이라고 해서 찰나 틈새 홍보를 한 셈이다.

예측하지 못한 만남이 바로 일상판타지다. 함께 한 젊은이들과 사람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소신 있게 잘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전범선과 <양반들> 모두 대단한 분들이었다. 무작정 떠난 해남행이 어떤 시작점을 예고하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줄 아는 그대가 챔피언! 수수한 은정 님이 내게 준 값진 말이다. 그러나 나보다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챔피언처럼 보였다. 노라하는 하림, 춤추는 사상가 송지용 님도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인연의 고리가 연결되어 함께 한 벗과 나무님, 은정님, 우리 모두 챔피언! 앞으로의 만남이 기대된다. <양반들> 공연을 목포에서도 보고 싶다.

2022. 7. 18. 비오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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