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7년 동안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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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7년 동안의 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7.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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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잠

글 박완서

그림 김세현

2015. 어린이 작가정신

[목포시민신문] 장마와 이른 여름 더위에 잠깐이라도 움직이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시간을 보낸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도 연속이다. 예전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선풍기와 부채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던 때가 이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여름이면 들을 수 있는 매미소리. 앵앵앵~애애앵~~. 나무마다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로 여름방학 아침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여름 한 철 생애를 위해 7년 이상 땅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매미의 생태를 알게 된 이후부터 매미가 달리 보이는 곤충의 하나였다.

7년 동안의 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무 위로 오르기 위한 매미의 애벌레를 개미들이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박완서의 그림동화이다. 길고 긴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개미 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뭐든지 먹이가 되는 것이면 함께 먹이 창고로 옮겨야 하는 일개미들! 물컹하고 먹음직스러운 매미 애벌레는 그야말로 최고의 먹잇감이며 모든 개미를 배불리 먹이고도 남을 만큼의 거대한 식량이다. 젊은 개미들은 이런 먹잇감을 발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의기양양하여 늙은 개미에게 알린다. 하지만 늙은 개미는 매미 애벌레를 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개미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개미들에게는 매미 애벌레를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더운 여름철 힘들게 일할 때 나무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매미노래 소리에 기운을 냈다는 개미,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처음으로 땅 위의 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달았다는 개미. 이제는 매미를 살려줘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는 바뀌고 결국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뚫고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없는 매미 애벌레를 땅이 있는 곳까지 옮겨주는 개미들의 행동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늙은 개미의 지혜로움을 젊은 개미들은 수긍하고 당장의 배불림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행동으로 보여준 의로운 개미들의 행동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땅을 포기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변한 길, 땅속에서 매미 애벌레의 7년의 기나긴 기다림은 그저 속절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다림이 되고 있다. 기다림의 인내는 희망이 아닌 절망이고 죽음이다. 개미들은 매미 애벌레를 먹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매미가 땅 위의 나무로 오를 수 있도록 협력하여 이동을 시킨다. 공동의 선을 이루는 개미 나라의 개미들은 한없이 정의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먹잇감을 두고 생긴 조직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지혜롭고 민주적이며 공감과 경청을 통해 결정한다. 먹잇감으로 생각했던 매미를 존중하고 장점을 인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여름이면 들을 수 있는 매미의 힘찬 노랫소리는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다림의 노래이다. 또한 삶의 노래이다. 매일 걷는 공원길에 매미의 메마른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노래 한 번 제대로 불러보지 못하고 7년의 기다림이 헛수고가 됨이 안타깝다. 마냥 기다린다고 희망이 될 수는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 되어야 한다. 7년 동안의 고요한 잠이 모든 매미들에게 꿈을 꾸는 희망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화온] 꽃그림 책방지기 곽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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