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관광목적지 포지셔닝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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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관광목적지 포지셔닝을 생각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7.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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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현대는 이미지 시대이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지를 첫인상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단 한 번의 기회만 있는 것이라서 매우 중요하다.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은 본인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인지해줄 것인지가 보다 중요할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기업에 적용한다면 그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무거운 주제이다. 따라서 자신이나 기업을 정확히 평가하고 상대방의 마인드에 어떠한 위치로 자리매김하느냐는 사물의 본질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카톨릭 교회는 종교개혁의 대상이었음에도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보수적이라는 평가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처럼 융통성(?) 많은 사람이 그 복잡하고 엄격한 전례를 준수하며 카톨릭 신자로 산다는 것이 스스로 의아할 때도 있다. 이런 카톨릭 교회가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타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재와 정의롭지 못한 이슈에 교회의 어른이신 추기경을 비롯한 사제들이 끊임없이 시민들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온 결과일 것이다. 필자 소싯적에, 일요일 아침 텔레비전은 차인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장학퀴즈를 방송했다. 그 프로그램은 아마도 시민들에게 선경(현재 SK그룹)이 공익적 기업이라고 각인시켜줬을 것이다. 과거 삼성과 현대의 이미지는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건설이 주력이었던 현대는 불도저와 고속도로를, 소비재가 주력이었던 삼성은 설탕, 밀가루, 모직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성공적인 라인 확장으로 기업 이미지가 몰라보게 달라진 셈이다. 90년대 초, 필자는 투자신탁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로는 상당한 수천억 규모의 외국인전용펀드 운용을 담당하였기 때문에 파괴력이 자본시장에서 타이슨의 핵주먹급이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들을 서열화하는데 다소 무디었다. 그들에게는 투자신탁에 투자하면 은행에 저축하는 것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 대한 나름의 업종별 포지셔닝이 분명했다. 안정적 자산운용이나 대출 등이 필요한 사람들은 은행, 고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투자신탁의 고객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관심법이 서툰 필자가 회갑을 넘긴 나이에 문화관광을 공부하면서 마음 얻는 작업에 마음을 주고 있다. 현대는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누가 얼마나 기억할는지 정보생산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보생산자는 새로운 정보가 새롭게 고객의 마인드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도록 온갖 창조성을 동원한다. 그렇게 하고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확증편향마저 있다. 이른바 옹고집, 똥고집이다. 이렇게 현실은 벌써부터 고객의 마음 한켵에 철옹성을 쌓아놓고 있다. 포지셔닝은 자리확보 전략이다.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는 포지셔닝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마인드에 들어 있는 내용을 조작하고, 기존의 연결고리를 다시 엮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상을 세분화하고 목표를 선별한 후 거기에 집중하는 포지셔닝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쉬운 말이다. 다만 극도로 메시지를 단순화하라는 그 단순화 작업이 어려울 뿐이다. 무딘 칼로 소를 잡을 수는 없다. 불필요한 것, 애매한 것을 쳐내서 마음을 후벼파고 거기 오래 눌러앉아 있도록 만들라고 조언한다. 정보의 선별작업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바로 몸에 익히는 학습을 각인학습이라고 한다. 이 용어가 생물학 용어라니 의외이다. 갓 태어난 동물이 자신의 어미를 기억하는데는 불과 수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어미와 자식을 확인하는 친자소송이나 이산가족찾기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자연현상에서 진실인 것은 비즈니스계에서도 진실이다. 이를테면 일단 고객의 마인드에 성공적으로 잠입하면 다른 것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계의 각인학습이고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찰스 린드버그나 닐 암스트롱을 잊을 리 없다. 그들은 모두 첫 번째 였으니까! 세상은 두 번째를 기억해주지 않는다. 비정하지만 현실이다. 이것이 최초의 포지셔닝을 구축한 사람 혹은 상품이 누리는 어마어마한 잇점이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강력한 프리미엄임은 물론이다. 포지셔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이다. 신상품이 홍수를 이룬다. 그들의 모토는 새로운 것이다. 기발한 광고도 앞세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이다. 비록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컬럼부스와 아메리고 베스푸치를 거론하는 잭의 의도는 명쾌하다. 컬럼부스는 황금에 눈이 멀어 신대륙 발견을 숨겼다. 반면, 아메리고는 컬럼부스보다 비록 5년이나 늦게 발견했지만 아시아가 아닌 신대륙 발견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탐험기록과 주장을 낱낱이 남겨 지리학의 혁명에 기여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신대륙을 ˹컬럼부스˼가 아닌 ˹아메리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포지셔닝의 힘이다.

며칠 전 신문이 전했다. 최근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엔비가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가장 가고 싶은 도시를 조사했는데 서울이 톱10에 올랐다고 한다. 미국인에게 서울이 몸과 맘으로 얼마나 먼 곳이었던가? 역설적으로 코로나펜데믹은 위기이자 기회임을 말하고 있다. 남도에도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특히 목포, 신안, 진도 등 전남 서남부는 관광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느낌이다. 전략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의 결과인 곳도 있지만 단지 리조트 신규유치의 혜택만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목적지로의 전략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 첫 번째가 포지셔닝이다. 리더와 추격자가 동일할 수 없다. 경쟁상대에 대한 리포지셔닝과 관광후발지로서의 추격자 포지셔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과제가 엄중하다. ˹대한민국 문화수도, 남도˼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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