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음식과 시민의 공평한 건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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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음식과 시민의 공평한 건강성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9.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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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목포시민신문] 유럽 전역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던 7월 중순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지리학회(IGU) 총회와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필자는 우리나라 섬 지질공원 지정 전후의 현황에 대해 발표를 하기 위하여 참석하였다. 펜데믹 이후 코로나 확산이 느슨해지고, 사회적 거리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개최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이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큰 주제로 개최하였기 때문에 약 2,000명의 연구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였다. 세계지리학회내 여러 위원회가 준비한 약 150개의 세션이 동시에 개최되면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필자가 참석한 몇 개의 세션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Urban Healthy Equity (공평한 도심 건강성)”라는 세션이었다. 이 중에서 미국 텍사스대학의 Yongmei Lu박사가 발표한 필수음식 접근성에 의해 나뉘는 도시의 생활권 구조에 대한 발표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었다. Lu박사에 의하면, 도시의 주민 공동체가 어떠한 방법으로 다양한 필수음식에 접근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음식이 부족한 음식 사막(Food desert)‘과 음식이 넘치는 음식 늪(Food swamp)'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음식 사막이란, 장기적인 생활에 필수적인 식자재를 충분히 구할 수 없지만,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가 가까이 있어서 간단한 음식 재료나 인스턴트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음식 늪은 오랫동안 저장하여 조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식자재를 구할 수 있는 대규모 마트나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지역이다. 이런 곳은 대개 자동차를 이용하여 방문하고, 일주일 이상 섭취할 재료를 확보하기 때문에 부유층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미국에서의 일상은 자동차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곳이지만, 젊은 층이나 라틴계 외국인들에게 자동차 구매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 소득이 낮은 계층이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동네는 주로 편의점이나 작은 식료품 가게가 밀집된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식료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Lu박사의 논문 결과에 의하면, 이질적 도시에 처음 오게 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같은 국적이나 유사 지역 출신들이 모이게 되는 동네이며, 결국 그 일시적 선택이 장기적으로 정착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차가 없으니 일주일 치 식자재를 구매하여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동네 편의점을 이용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그렇게 생긴 식량 공동체가 차이나타운, 라틴계 동네, 기타 아시아계 동네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이러한 공동체가 생기면서 공동체 구성원의 구조에 따라서 식자재의 종류, 질적·양적 수준, 수입품의 다양성 등 쇼핑장의 분포 특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Lu박사의 발표를 보면서 비록 음식뿐 아니라 병원이나 학교의 위치 등 의료나 복지,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따라서 거주 환경이 결정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거주 변동의 결정적인 역할은 역시 경제력이다. 부유한 고령자의 경우 좋은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 결국 좋은 의료기관이 가까운 곳으로의 이주, 혹은 이동 수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의 노인들은 거주지역 동네의 2차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도시민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신선한 음식 재료의 공급을 비롯한 각종 복지에 대한 문제는 펜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나라에서 주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포르투갈의 코임브라대학 Angela Freitas박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미래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공평한 건강을 위한 도시계획이라고 주장한다. 즉 인구의 도시집중에 초점을 둔 과거 팽창형 도시계획과는 다르게 미래의 도시계획은 시민건강을 핵심에 두며, 다양한 공동체가 거주하는 장소 기반의 계획(place-based planning)‘이 가능하도록 행정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포르투갈의 코임브라시는 이러한 전략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지리학회 세션 중 “Urban Healthy Equity” 세션의 발표에서처럼 미래도시의 화두는 역시 공평과 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말이 있다. 비록 미국과 포르투갈의 사례 연구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차 증가하는 외국인과 그들만의 공동체, 도심과 교외의 의료시설 불균형, 빈부 격차에 의한 계층간 갈등 등 도시의 사회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미래도시의 생활 건전성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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