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양승희 전 정명여고 교사]유물에서 역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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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양승희 전 정명여고 교사]유물에서 역사를 읽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9.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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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해양 유물 전시관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다. 미술 교사로 퇴임한 분이다. 선생님은 친구들을 전시관의 카페에서 만난다.

멋지지 않은가. 해양 유물도 스케치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아름답고 멋진 저택에서 지낸다. 선생님의 발상이 놀랍다.

청자 연꽃잎 매병, 구름무늬 항아리, 상감 모란 표주박, 청자 사자의 향로, 청자 장고(장구), 모란 무늬의 베개, 청백자의 보살상 등, 아름답고 멋진 청자와 청동을 눈으로 머리로 보듬었다가 스케치에 쌓아 올린다. 유물에서 수천 년의 역사를 읽을 것이고, 반만년에 지닌 민족의 삶을 들여본다.

개성으로 가다가 폭풍을 만나 좌초된 태안선으로 갔다. 태안선은 12세기 중엽에 탐진(현재 강진)에서 만든 25,000점의 고려청자를 싣고 있었다.

우리는 태안선에서 나온 고려청자들을 보고 난 후, 발굴한 인골(人骨)을 보았다. 다섯 겹으로 켜켜이 쌓인 청자 더미 아래에서 나온 척추뼈, 어깨뼈, 팔뼈이다. 뼈들을 보면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있다. 뼈들이 모두 틀어져 있다. 인골을 보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여 준 모습은 처절하다는 것을 재인식하게 된다.

신안선은 우연히 어부의 그물에 올라온 중국 청자 꽃병으로 발견됐다. 14세기 초에 침몰됐는데, 65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물선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무역품이 실려 있었다. 중국 도자기와, 고려와 일본의 물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가져 온 자단목, 향료 등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신안선의 발굴은 우리나라의 수중 고고학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유물은 특정 시점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다 속의 타임캡슐이라고 말한다.

초등학생 때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자주 읽었다. 어느 날 트로이에 관련된 글을 읽다가, 독일인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이만을 알게 되었다.

슐리이만은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를 읽었다. 그러다가 트로이의 성벽을 그린 삽화가 눈에 들어 왔다. 견고한 성벽이었다. 그는 이것을 보면서 성터도 남아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트로이 전쟁이 신화였다. 반면에 슐리이만은 역사적 사실로 확신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터키의 히사를리크 언덕에서 트로이의 유적을 발굴했다. 그 언덕은 로마시대뿐 아니라 선사시대까지 여러 시대를 겹겹이 보여 주었다.

슐리이만은 트로이를 발굴하기 위해 고고학과, 그리스어를 익혔다. 발굴을 위해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그리하여 엄청난 유적과 유물을 발굴함으로써, 세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보았다! 청자로 만들어진 사자의 향로를 보고, 절대로 사자가 아니라던 초등학생들이 전시관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 인골의 뼈를 보면서, 두어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전시관을 돌고 있던 초등생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 아이들도 슐리이만과, 해양 고고학자들처럼 세상을 멋지게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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