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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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5.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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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남긴 세계유산

▲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목포 시민신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는 1402년(태종 2년) 조선에서 제작된 한국 최초의 세계 지도이다. 김사형, 이무, 이회 등이 제작하고 권근이 발문을 썼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사본 2종이 일본에 있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포함하고 있어 당시 조선인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분석하면서 지도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진 당시의 시대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녀는 그것을 위한 출발을 이 지도를 만들 때 참고하였다고 나와 있는 청준의 혼일강리도와 이택민의 성교광피도 聲敎廣被圖 두 원본 지도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두 지도를 포함한 많은 지도들에 대한 꼼꼼한 지명 분석은 물론 당시대와 그 이후의 관련된 중국과 일본 문헌들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칼럼 등은 저자가 이 작업에 투자한 땀과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이전에 이미 몽골에서 혼일강리도와 성교광피도를 합한 지도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밝혔다. 저자는 이런 지도 제작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청준 등이 활동하였던 경원(지금의 중국 닝보 寧波) 지역의 지정학적인 특징을 들었다. 그곳은 항구 지역으로서 고려와 일본은 물론 멀리 인도와 이슬람 지역에서 많은 배들이 오가면서 전 세계의 정보들이 아울러 교류되던 곳이었고 그런 특성 때문에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을 포괄하는 지도가 제작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중요한 사실은 몽골 제국의 문화정책이 그런 지도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몽골 제국은 천문학과 역법의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런 토대 위에 ‘세계는 우리의 것’이라는 자부심이 더해져 아프리카와 유럽을 포괄하는 세계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몽골 및 준 몽골사람만이 볼 수 있었을 가장 상세하고 정확한’ 세계지도도 만들었지만, 그것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보여주기’ 위한 지도만 공개하였고, 그런 지도들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제작의 바탕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책은 국내연구자들에게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 먼저 광범위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장기간 지속되는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녀는 장기간의 연구지원을 통해 『몽골시대의 출판문화』를 출간하였고, 이 책도 그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겠다. 국내연구자들에게도 이런 장기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아울러 앞으로 많은 고지도를 갖고 있는 규장각 등과 같은 기관들을 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하겠다.

다른 한편, 저자는 지나치다 싶게 자의적으로 자료를 해석한 부분도 있다. 몽골 제국과 조선에서는 권력자들이 단순히 권력 과시용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지도 제작을 한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불완전한 지도를 갖고서도 “가장 우수한 것을 선별하여 그를 완벽하게 결합시키고자 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라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이런 점은 놀라움을 갖고 이 책을 읽어나가던 평자에게 아쉬움과 학문자세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였다. 그와 아울러 우리의 번역문화도 아쉬웠다. 이 책의 원 제목은 『地?は語る - モンゴル帝?が生んだ世界?』(‘지도는 말한다 - 몽골제국이 낳은 세계지도’)이다. 그런데 그 제목을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 몽골 제국의 유산과 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것은 역시 한국 중심으로, 너무 자의적으로 번역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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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해 2023-07-06 06:11:40
근데 저자가 누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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