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책방 추천 이주의 책] 카사노바 호텔
상태바
[독립책방 추천 이주의 책] 카사노바 호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0.14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2022-03-18

[목포시민신문] 오랜만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작가가 2022 올해의 노벨문학상 주인공이 되었다. 바로 프랑스 문단의 독보적인 작가 아니 에르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여성 작가를 선택한 건 2020년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 이후 2년 만이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교직 생활을 하던 중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등단했다. 이후 꾸준히 소설과 산문을 발표하며 현대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었다.

이 책은 아니 에르노가 2020년 출간한 작품집으로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갈리마르 총서에 포함된 <삶을 쓰다> 중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정수를 추린 선집이다. 갈리마르 총서는 프랑스 문학의 대들보 격인 거장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시리즈로, 생존 작가가 편입되는 경우는 드물며 에르노가 최초이다.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는 수작으로 에르노가 1980년대의 영수증 더미에서 P의 편지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P가 에르노에게 남긴 유일한 물건인 정액으로 얼룩진 편지는 에르노의 어머니가 중증 정신질환에 걸려 입원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에르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전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결혼 전 낙태 경험부터 가족사, 결혼 생활, 유부남과의 불륜, 팬이었던 30년 연하의 연인, 크고 작은 연애 사건 등 자신의 삶을 생생한 글쓰기로 옮기며 현대 소설의 의미를 끊임없이 재구축해왔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유감 없이 보여준 작가라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에르노 특유의 타인에 대한 관찰하기와 자신의 내면 드러내기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자칫 에르노가 에로틱한 불륜 소설을 주로 쓰는 것으로 오해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지적인 글쓰기에 매료될 것이다. 일상, 정치, 사회 등 도처에 널린 현실과 문학적 상상 사이의 접점을 찾아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고 에르노 문학의 정수를 이 책에서 목도하게 될 것이다.

동네산책 책방지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