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서미화 독자위원장] 문명사회를 위한 언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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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서미화 독자위원장] 문명사회를 위한 언론의 역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0.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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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 독자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전남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 소장

 

 

[목포시민신문] 2021년 연말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 시위를 2백일이 넘게 진행하고 있다.

이 시위에 대해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대표는 지난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거 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돌변했다.

이준석 대표는 시민을 볼모로 한 비문명적 시위니, 소수의 이기적 집단행동으로 다수의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온갖 장애 혐오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시민들의 불평도 쏟아져 나왔다.

거기다 서울시 철도공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다수의 시민들이 장애인 지하철 시위 때문에 불편하다는 등의 내용을 연신 기사로 내보냈다.

만일,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나, SNS에서 무작위로 배포되는 시민들의 불평, 철도공사의 입장만 주장되는 기사 내용으로 꽉 찬 언론 보도만 있었다면 아마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정말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들의 출근길을 방해하는 범법자,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시민들을 볼모로 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발언에 대해 여러 언론은 사설을 통해 이준석 장애인 시위에 경찰 이준석, 이젠 장애인을 혐오 타깃 삼나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정치권의 해결을 촉구했다.

진보적 장애인 언론을 표방하는 인터넷 매체 <비마이너>의 강혜민 편집장은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지 짚어주는 게 언론 역할이라며 서울시가, 정부가 21년 동안 파기해온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구조적으로 다루는 게 언론이 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이 전국장애인차별철패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과 시민들의 무차별적 불평불만, 서울시 철도 공사가 배포하는 보도자료만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서 멈췄다면, 언론은 장애인들에 대한 시민 마음속 혐오와 차별적 시각을 강화시켜주는 부역자만 되고 말았을 터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 보도를 기반으로 미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공정을 말하면서, 그동안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차별받고 살아가는 약자의 편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928일 나는 서울 출장길에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날도 지하철 시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장애 당사자가 지하철 안에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글귀가 담긴 스티커를 부치고 있는데 그 광경을 바라보던 지하철 안 50대쯤 보이는 비장애인 남성이 다짜고짜 장애인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런 것 부치려면 내리라고 휠체어 장애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다른 곳에 앉아 있던 70대쯤 보이는 어르신이 장애가 뭐가 부끄럽냐장애인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장애인들이 애써 주장해 주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도 생긴 거라고 더 큰 목소리로 싫으면 당신이나 내리라고 하자, 장애인을 핀잔주던 50대쯤 보이는 남성이 내리는 일을 목격했다. 70대 어르신의 장애인 옹호 발언이 어찌나 감동적으로 들리는지 눈물이다 나올 지경이었다.

그 어르신이야말로 용기 있는 진정한 문명 시민이었다. 70대 어르신이 그냥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이 왜 지하철 시위를 하는지, 20년을 말해도 장애인의 이동권이 구조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장애인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비문명적인 것이 아니라, 장애인 시위로 몇 분 늦어져도 기다릴 수 있는 사회, 아직도 차별받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회 장애인들도 출근길에 비장애인과 함께 지하철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사회가 진정 문명사회라는 여러 언론들의 방향 제시가 있었기에 그런 어르신이 당당하게 지하철 역사에서 시위하는 장애 당사자들을 옹호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지역 언론도 다르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에서부터 정치라는 거대 담론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비판과 통찰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언론이 사실 보도에서 그치지 않고, 문명사회로의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고자 하는 책임을 다하게 된다면 적어도 그 언론을 접하는 지역 주민들도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 편에서 목소리를 내어주던 그 70대 어르신과 같이 배척에서 수용으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무관심에서 연대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민들이 되고 지역사회가 되리라고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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