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10년만 젊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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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10년만 젊었어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0.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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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한달쯤 전부터 계단을 오를 때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혼자 중얼거리는데, 문득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오십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아파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기분이 좀 우울하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란 말씀을 하시던 분들이 생각난다. “10년만 젊었어도”.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들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말이 새삼스럽게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거나 곧 맞이하게 되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지 않을까? 그런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한다. ‘10년만 젊었어도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인데, 이는 학자들에 의해 실제 증명된 바 있다.

34세 나이에 미국 하버드대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심리학과 종신 교수가 된 엘렌 제인 랭어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실험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1979년 실험에 참여할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지역 신문에 냈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주일 동안 활기차게 생활할 대상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피험자들이 일주일 동안 생활할 숙소를 수소문했는데,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곳이 필요했다.

마침 한 수도원을 발견했고 수도원 내부를 20년전인 1959년처럼 꾸몄는데, 1959년 이전에 생산된 TV·라디오·신문·가구·집기 등을 배치하였고 TV와 라디오에서는 1959년 당시 드라마·뉴스·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신문도 1959년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1979년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누가 봐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도록 했다. 수도원에서 지낼 피험자는 나이가 많지만 정신은 온전하고, 몸은 불편해도 큰 병이 없는 노인들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조건에 맞는 노인 8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대부분 성인 자녀와 살았다. 자신의 방을 꾸미거나 가구를 재배치할 결정권이 없었다. 요양원에 있었던 노인은 더 심각한 환경에서 지내왔다.

모든 방이 똑같이 생겼고 모든 것을 요양원 직원이 결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노인이 결정하거나 수행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참가자들에게 랭어 교수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1959년으로 돌아가 살라는 것이다. 1959년에 사는 것처럼 연기하거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1959년 당시 자신들의 모습으로 지내라는 말이다. 따라서 대화할 때도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시제로 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입소할 때 1959년 이후에 만든 물건을 가져올 수도 없었다. 잡지·신문·책은 물론이고 가족사진마저도 1959년 이전 것만 허락됐다. 대신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사소한 물건 하나를 챙겨 오도록 했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은 펜·맥주잔·빗 등 다양했다. 자기소개서도 1959년에 맞춰 현재 시제로 작성하고 사진도 그 당시 것을 붙이도록 했다. 또 다른 조건 하나는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참가자들 스스로 하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던 노인들이 수도원에서 지내는 며칠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활하라는 얘기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노인은 면접을 보기 위해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찾았을 때만 해도 가족의 부축을 받았다. 그러나 수도원 입소 후에는 가족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원에 입소한 참가자들은 행동이 느리고 지팡이에 의존하면서도 설거지·빨래·청소 등 집안일을 했다. 노인들은 ‘10년만 젊었어도라며 한숨만 내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20년 전의 모습을 보였다. 심리적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이들의 신체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연구팀은 그 변화를 수치화하기 위해 노화의 생물학적 지표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노인학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했으나 그런 지표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회적으로는 나이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을지 몰라도 의학적으로는 노인을 가늠하는 지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면 어떤 과학적 수단을 동원해도 한 사람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결국 랭어 교수는 정신과 신체의 변화를 판단하기 위해 체중, 민첩성, 유연성, 시력, 미각, 지능, 기억력, 외모 등을 실험 전과 후에 측정하기로 했다. 측정결과 노인들 모두의 청력과 기억력이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 관절 유연성, 손가락 길이(관절염이 줄어 손가락을 더 펼 수 있다), 손놀림, 악력도 향상됐다. ,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개선됐다. 서있는 자세가 꼿꼿해졌고 전보다 빨리 걸었다. 대화가 늘어났고 그만큼 협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팀은 실험 후에 사진을 찍고 실험 전의 것과 비교해 달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모두 실험 후에 더 젊어 보인다고 답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의학협회가 내린 노인의 정의는 이렇다. 늙었다고 느낀다 배울 만큼 배웠다고 느낀다 이 나이에라고 말하곤 한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느낀다 젊은이들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듣기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놀랍게도 노인의 정의에 나이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맞는 것이다. 이제 십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말자. 대신에 10년전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모습으로 생활하자. 이십년도 가능했다는데 10년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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